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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7
공동체는 명분이 무엇이든 희생과 손해를 감수하는 곳이어서는 안 된다. 방식은 다를지언정 구성원 개개인의 삶이 비옥해지지 않는다면 그것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いきる!" 살아라.
p.125
어떤 슬로건과 조직의 방향을 놓고 회의를 할 때는 정말 진지하고 치열하다. 그런데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순간이 오면 하염없이 지체된다. 당연히 문제가 쌓인다. 그러면 다시금 심각한 표정으로 모여서 조직이 밑그림과 투쟁방향 등을 논의한다. 하지만 다음날에는 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있다. 참, 어처구니가 없었다. 조직을 가동시키기 위해 필요한 아주 기초적인 일들, 예컨대 전화 돌리기, 맨투맨으로 설득하기, 청소하기, 시간 지키기, 모임을 흥겹게 만들기 등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으니 그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없는 건 당연한 이치 아닌가.
p.145
코뮌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무엇보다 공간이 비어 있어야 한다. 비어야 외부를 향해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청결해야만 열림, 곧 변이가 가능하다.
p.151
코뮌이 실패하는 여러 가지 이유 가운데 하나가 '자족적'이라는 데 있다. 자족적이라는 것은 자신의 내적 경계를 고정시킨다는 뜻인데, 개인이든 집단이든 경계가 명료해지는 만큼 활동 에너지가 위축되는 건 만고불변의 법칙이다.
p.158
건강할 때는 저절로 남을 배려할 수 있다. 배려는 근본적으로 의무나 희생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적 에너지가 밖으로 흘러넘치는 것임을 그 때 알았다. 하지만 몸의 균형이 깨어지면 타인을 배려할 수도,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갈 수도 없다. 설상가상으로 그 전에 잘 하던 것까지 귀찮아진다. 더욱 문제인 것은 부정적이거나 비관적인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는 것이다. 당연히 일이 풀릴 리 없다. 좋은 사람이 와도, 훌륭한 기회가 와도 감당하지 못한다. 반면 활력이 넘치면 아주 어려운 일들도 놀랍도록 잘 풀린다. 말하자면 어떤 관계와 활동을 구성할 것인가의 여부는 품성 이전에 체력의 문제라는 것이다.
p.177
흔히 공동체라고 하면 이념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진지한 집단이라고들 생각한다. 하지만 진지함은 공동체의 치명적 약점이다. 그런 공동체들은 내적으로는 상하위계가 작동하게 되는 한편, 외적으로는 안팎의 경계가 뚜렷해짐으로써 결국에는 정체될 수밖에 없다. 웃음이야말로 일상의 축제를 만들어내는 기초이자 원동력이다.
p.203
스승이 될 수 없으면 진정한 친구가 아니고, 친구가 아니면 스승으로 섬길 수 없다.
이 책을 다락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읽었다. 왜 힘들었는지 알 것 같다. 일상을 기획하는 데에 서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신촌의 밥값은 비싸다 -_-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공동체가 개인의 희생과 손해를 감수하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 가끔 보면 내가 좋아서, 즐거워서, 재미있어서, 뿌듯하고 사랑스러워서 시작한 일들이 조금씩 쌓이고 쌓여서 가끔은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스스로 멈추고 '응, 나는 이게 좋아서 하는 거지? 누굴 위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라는 자문자답을! 공동체를 위해서 개인의 희생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그런 식의 모임이 된다면 그게 어떻게 "多樂"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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