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말많은마리 070808
앞으로 당분간은 무엇을 하면서 절박하게 하게 될 것 같다. 절박하게 살고 싶지는 않지만, 언제나 주머니에는 한 움큼의 여유를 갖고 다니면서 휘파람도 불고 하늘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이 허무감은 떨칠 수가 없다. 내가 천재이자 영웅인 나의 세계를 포기하기가 힘들 뿐더러 동시에 내 인생이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인정하는 데에서 오는 괴로움이다. 피할 수도 없다. 내 인생이 나에게만이라도 의미가 있기 위해서, 그 생이 생득적인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많다. 평생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한 달 여간 이렇게 고민하고 나서 하나 얻은 것이 있다면, 전보다 다른 것이 덜 무서워졌다는 사실이다. 까짓 무슨 짓을 해도 죽기도 어렵고 망하기도 어렵다. 인생은 언제나 잔인하게 내게 살아있을 것을 요구하고, 간사한 운명은 죽지 않을 만큼 나를 붙들어 놓는다. 무슨 짓을 해도 하면서 행복할 수 있는 것을 하다 보면, 굳이 이 밀려오는 허무감을 떨치려고 애쓰면서 나를 갉아먹지 않아도 조금은 삶을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무엇이든, 내가 하면서 살아있다고 느낄 수 있는 일들을 좀 더 하고 싶다. 그리고 조금은 나를 풀어둘 생각이다. 지난 시간들 동안 너무나 심하게 몰아붙이면서 닥달하곤 했으니까. 2006년보다 2007년은 더 성실하고 여유롭게, 충분히 숨 쉬고 고민할 수 있도록.

요즘 글을 쓰는 게 나한테 그런 일이 아닐까?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서 밤에 심연의 늪에서 건져올려진 듯이 축축한 두 손으로 아무 이야기든 그저 쳐내려가고 있다보면 어느새 웃게 된다. 그만큼 많이 울기도 하고. <천 개의 공감>에서 읽은 것들이 자꾸 떠오르는데, 과거의 기억을 글로 표현하면서 울거나 화가 나는 것은 그 때 그런 감정들을 충분히 건강하게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맞는 말인 듯 공감하고 있다. 가끔 나는 이십 년 밖에 살지 않은 내 인생에서 오 년이나 지난 일들을 갖고 쓰거나 읽으면서 목소리가 흔들리고 금세 붉은 눈물이 차오르는 것에 당황한다. 막상 나는 그 시기에 겨우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를 화장실에 쭈그려앉아 훌쩍였을 뿐인데. 내 안의 화해하지 못한 부분들이 앙금처럼 남아있다는 것은 그런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평소에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어렸을 적 동화' '지금 이루고 싶은 꿈' '안다는 것' '어른에 대한 정의' 등등 궁금한 것에 대해 물어보곤 한다. 한 번은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죄책감을 느낄 때는 어떻게 해?"

언니가 말했다.
"그럼 ... 글을 쓰지. 밤이 새고 날이 트도록, 아주 길고 긴 글을 써. 정말 끝도 없지 쓰지."

그게 언니의 생존방식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청소녀기의 언니는 언제나 산뜻하고 건강했다. 항상 에너지가 끝도 없이 넘쳤다. 그리고 그 시기의 언니는 지금까지도 내게 말을 건다. 그렇지만 그 때로 돌아가면 언니를 꼭 안아주고 싶다.

오늘은 카페페이지의 리모델링 덕분에 하루 종일 몸을 움직이면서 페인트칠을 하고 찬바람을 맞으며 걸어다니고 책을 나르고 하다보니 하루가 저물어가는 시점에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초콜릿색으로 벽을 칠하는데 정말 사방의 벽에서 초콜릿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는 것 같아서 괜스레 마음이 따뜻했다. 사다리 위에서 흔들려가면서 두 다리에 내 몸을 받치고 페인트칠을 하는 순간에는 마음이 편안했다. 내가 매우 정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평생 흔들리면서도 두 다리로 몸을 지탱하고 서서 무언가를 할 수 밖에 없으니까. 얼굴이든 손이든 잔뜩 더럽히면서 물렁이는 실리콘도 느끼고 까칠한 나뭇결도 만지면서 벽면을 채워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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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바닥이 흔들려도 언제나 발바닥은 땅에, 다리는 내게. 그럼 흔들리는 것에 악다구니를 쓰거나 무시하거나 잘난 척 즐길 수도 있지. 페인트칠 했구나. 나는 벽지를 사고 싶어. 캬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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