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말많은마리 070808
2007-1 김형수 교수님
문화콘텐츠와영상

영화 <Proof> 감상

이번에 <Proof>를 보는 동안, 나는 마틴에게 감정이 잔뜩 몰입되어 있었다. 그는 처음부터 내게 호감을 사서 반쯤은 ‘먹고 들어간다.’ 마틴은 남들이 느끼지 못 하는 것을 느끼는 사람, 보통 사람들은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을 단어만으로 생생하게 되살리는 사람, 볼 수 없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다. 그는 언제나 관찰자의 입장에 익숙하다. 프레임을 구성하고, 자신의 시간과 장소를 남기기 위해서 보이지도 않는 곳에 포커스를 맞춘 다음 뷰파인더에 눈을 밀착시키고 셔터를 누른다. ‘찰칵’하며 필름에 남는 기억은 언제나 깔끔하며 경쾌하다.

차츰 영화가 진행되면서 그에 대한 나의 양가감정도 커진다. 한편으로는 마틴에게 깊게 공감하면서도 그를 동정하게 된다. 웃는 모습을 보지 않고 소리만으로 앤디를 따라서 한껏 웃어대는 모습도, 엄마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더듬는 마틴의 섬세함도 좋았다. 그럴 때의 그는 카메라를 들고 있지 않다. 앤디를 따라 웃으면서, 엄마를 더듬으면서 마틴은 끝없이 프레임 안에 들어가고 싶어한다, 혹은 프레임이 아닌 그 밖의 세상에서 살고 싶어한다. 그러나 앤디와 웃고 난 뒤에는 곧 다른 사람들에게 오해를 사서 해코지를 당하고, 엄마에게는 무례하다는 이유로 거부를 당한 다음 대신 카메라를 받게 된다. 마틴은 여전히 손을 떨며 프레임 바깥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는 떨리는 손을 다독이며 자꾸만 카메라를 다잡는다.

단단할수록 쉽게 부러지는 것처럼, 완벽하게 와인을 따르고 음식을 먹고 산책을 하는 마틴은 언젠가는 흔들리고 깨어질 것처럼 약하게 보인다. 셀리나를 거부하고 뛰쳐나와서도 셀리나의 차를 타고 집에 갈 수밖에 없는 그가 길 위에서 망연히 서 있는 것 말고 또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카메라를 쥐지 않는 곳에서 일그러지는 시공간 앞에 그는 속수무책이다. 나는 그게 제일 가슴 아프다. 끊임없이 셔터를 눌러대는 그가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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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3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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