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이 터졌다.
바퀴벌레 같은 자생력만 믿고 있는데 어쩐 일인지 살이 잘 돋아나지 않는다. 2주 정도 된 것 같다. 더 오래 됐을지도 모른다, 3주 정도?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얻어맞은 듯이 눈이 퉁퉁 부어있었고 입술 한 쪽 끝은 찢어지고 벌어져서 막 피가 났다. 조금 빨아먹다 말았다. 아무래도 낫질 않았다.
그동안 삼겹살을 두어 번 먹었다. 두 번은 친구와 먹고 한 번은 집에서 먹고. 쌈을 싸먹을 때마다 입이 찢어져서 아팠다. 아무래도 낫질 않았다.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런데 내일은 연고를 사야겠다고 생각한다. 금요일날 그가 나오기 때문이다.
2주 동안 터진 입술로 까칠하게 상추쌈을 싸먹든 친구를 만나든, 연고를 바르고 감쪽같이 깨끗해지면 그는 절대 모를 것이다. 내 입술은 아물었다가 다시 터지기를 하루에도 몇 번씩 수없이 경험했는데, 연고를 바르고 깨끗하게 나으면 그는 절대 모를 것이다. 참 다행이다.
친구들과 상추쌈을 먹으면서 터진 입술에서는 비릿한 피맛이 나는데 “왜 내 연애는 외로울까?”라고 울음을 꾹 참아 삼키고 집에 오던 길에 버스에서 음악을 듣다가 으레 그렇듯이 또 한 정거장을 지나쳐버린 것도, 내려서 그렇게 한참을 서 있다가 오랜만에 하늘을 똑바로 봤다는 것도 모를 것이다.
밥상머리에서 지나가는 말로 입술이 아물지를 않아 아프다고 칭얼댔더니 엄마가 동생과 함께 먹을 비타민제를 사와야겠다고 혀를 끌끌 찼었다. 일주일 뒤에 동생이 비타민은 어디 있지? 라면서 냉장고 옆 선반을 뒤졌고 엄마는 “그냥 있는 비타민 먹으면 안 돼?”라고 소파에서 반쯤 드러누워 대답을 했다. 이것도 그는 모른다.
바로 두 시간 전에, 넋 놓고 있다가 또 이상한 곳에서 내려 밤에 혼자 모르는 동네의 아스팔트 위를 걸어오면서 담배가 피우고 싶다고 생각하고, 놓친 전화에 속상하여 달달거리던 버스를 실컷 탓하고 진동으로 바꾼 핸드폰을 한 손에 꼭 쥔 채로 운동화 코끝만 바라보며 다음 정류장까지 걸었다. 염색한지 일주일이나 되어가는데도 어색한 머리 색이 계속 신경 쓰였다. 그러다가 횡단보도 맞은 편의 약국을 보고서는, 입술이 도무지 아물지를 않는데 나는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누군가 보면 속상할 것 같아서 내일은 정말 연고를 사야겠다고 생각하며 웃은 것도 모를 것이다.
이렇게 많은 일들이 일어났는데. 연고 생각하다가 집 앞에서 또 울상이 되었던 것도 모르겠지. 연고를 바르면 아무도 모를 것이다. 내가 외로운 것은 순전히 이놈의 터진 입술 때문이다.
내일은 연고를 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