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말많은마리 070808
잡기 에 해당하는 글 : 28 개
2007/05/30 :: 길들여졌다 (2)
2007/05/30 :: 또한
2007/05/18 :: . (18)
2007/05/15 :: 요즘은 참 (20)
2007/05/02 :: 번역의 문제 (4)
2007/04/28 :: After an afternoon (16)
2007/04/25 :: 조금 다르다 (10)
2007/04/09 :: question (18)
2007/01/31 :: 늦은 걸음 (21)
2007/01/17 :: 어느 이야기 (19)
2007/01/14 :: 1.13. (18)
2007/01/10 :: A Touch-me-not (9)
2007/01/08 :: I hate my writing (14)
2007/01/06 :: 1.1~1.5 (18)
2007/01/01 :: 061231 (20)
2006/12/22 :: 061222 (17)
2006/12/16 :: 061215 (19)
2006/12/07 :: 생각해보면 (21)
2006/12/06 :: Kate Moss (18)
2006/11/28 :: 061127 (21)
2006/11/13 :: 061113 (18)
2006/11/09 :: 061109 (19)
2006/11/09 :: 061108 (23)
2006/11/06 :: 061106 (18)
2006/09/23 :: 어둠 (20)
여백이 있는 워드 파일에 바탕체 10pt,
줄간격까지 갖춰져있지 않으면
마음 편하게 글이 써지지 않는다.
  

창백한 공상에 빠졌다.
앞으로 한동안을 공상과 마주하여 지내겠지.
병든 생각이 머리를 헤집기 시작하면
몸이 제일 먼저 무기력해지고
이렇든 저렇든 아무런 차이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 :: 잡기
내 넋두리에 못 말리겠다는 표정으로 그가 물었다.
"너 의외로 미련한 구석이 있네. 그건 당연한 거잖아, 어차피 그렇게 될 것 알고 있지 않았어?"
나는 가만히 숨을 들이 쉬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은 밤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이 시간의 냄새.
나에게 아무 것도 당연한 것은 없었다.
"어렸을 때 내가 제일 자주 했던 질문이 뭔지 알아?"
"뭔데?"
"'왜 그러는 거예요?'였어. 뭐, 아이들이 한참 많이 하는 질문이지만 내 경우에는 조금 뜻이 달랐어."
"특별했다는 거야?"
"정말 왜 그러는지 궁금했던 것이 아니라, 도대체 왜 그러는 거냐고, 도대체 왜, 라고 묻고 있었어."
순간을 충분히 솎아낸 뒤에만 가질 수 있는 영원의 빛이 별들 주위를 맴돌았다. 어둠 속에서 가로등 빛을 받은 풀들이 공을 차던 아이들 발길에 채일 때마다 한낮에 스쳐간 소나기의 흔적을 공기 중으로 뿜어내고 있었다.
"다들 눈 앞에 닥칠 불행에 오들오들 떨지만, 사실은 그 불행의 정중하고 깨끗한 인사를 기다리고 있는 거야. 한 순간 휘어채가는 매에게 잡히기 직전 깨끗하게 목이 꺾여버리기를 바라는 꿩처럼 말이야. 날아 내리다가 발톱을 잘못 박기라도 하면 목이 너덜너덜하게 꺾인 채로 죽을 때까지 허공에서 허우적대지."
"끔찍하군."
"그래도 그건 깨끗하니까. 할아버지께서 수년 간 병치레를 하시면서 그 뼈밖에 남지 않은 다리로 다니시다가 결국은 남의 손을 빌려 화장실에 가기 시작했을 때, 모두가 더는 안 될 거라고 고개를 저었어. 큰아버지는 재빨리 묘자리를 알아보러 지방으로 내려가셨고 할머니만 할아버지 옆에 남아 계셨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우는 것도 역시 할머니 뿐이더군. 그렇게 아프신 모습을 몇 년이나 보셨는데 말이야. 나중에 할머니께 '할아버지가 죽을 것을 모르고 계셨던 거예요?'라고 물었더니 그러시더라. '알지, 알지, 알아서 그렇게 울고 있었지.'"
"당연함을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가?"
"응."
그는 눈을 찡긋하더니 캔을 내밀었다. 우리는 가볍게 캔을 부딪치고 마지막 한 모금을 들이켰다.
"당연함을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해. 내게도 그것이 필요했어. 그래서 여태 기다린 거야."
별빛은 영원의 시간을 흘러 일그러진 공간 속에서 멈춘다. 나에게는 당연함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시간만이 있었다.


  
 이전  12345.. 10   다음 

전체 (232)
일상 (99)
감상 (9)
인용 (30)
학교 (19)
단상 (29)
다락 (17)
잡기 (28)

powered by TATTERTOOLS
designed by FOTOWALL
modified by HLDEC

today : 28   yesterday : 56
total : 1103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