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말많은마리 070808
나는 유스보이스에서 멘토인터뷰에 업데이트할 콘텐츠를 담당하고 있다. 이번에 인터뷰를 하였던 멘토는 사진작가 구본창 선생님이었다. 전에 국악, 탈춤에 관심을 가졌던 경험으로 'Revealed Persona'라는 이름의 탈을 찍은 사진집에 무척 관심이 갔다. 그 중에서 특히 관심이 가는 사진이 있었다.

from 구본창's homepage

첫 번째 사진과 두 번째 사진, 느낌이 다르다. 탈은 다소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다. 그런데, 작은 사진으로 보기 때문에 크게 볼 때보다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첫 번째 사진에서는 중앙에서 약간 옆으로 빗겨나간 위치에 서 있다. 두 번째 사진에서는 칼을 들고 두 명이 양 쪽에서 위협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같은 얼굴인데도 불구하고 둘이 주는 인상은 상이하다. 첫 번째 탈을 보았을 때, 제일 처음 내가 느꼈던 것은 어디인지 모르게 쑥스러워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세 번째 사진은, 항상 앞에서만 울고 웃던 탈의 뒷모습이다. 구본창-신수진의 대담에서도 읽을 수 있듯이, 그가 찍은 탈 사진에서는 공통적으로 아랫부분은 아웃포커스되어 있으며 배경은 하얀 천에 모델은 반듯한 자세로 서 있는 것이 전부이다. 이런 설정에는 장식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대상에게만 눈길이 가도록 작가의 의도가 숨어 있다.

내가 이 사진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표정 없는 탈의 살아있음을 느낀 것이다. 탈은 탈춤을 추지 않을 때에는 장식품에 불과하다. 표정도 한 가지다. 그런데 누군가 그 탈을 쓰는 순간, 탈은 생명을 가진 존재로 바뀌어 말을 하기도 하고 작은 일에 울고 웃는다. 그런 느낌이 이 사진에서는 담백하고 깔끔하게 잘 드러나 있다. 두번째는, 개인적인 관심을 좀 더 넓은 범위로 확장하여 사진으로 포착해낸 작가의 시선이다. 슬픔이나 세월이 질곡이 스쳐지나간 얼굴에 관심이 있었다는 작가는, 탈을 볼 때에도 해학적인 것 너머의 모습, 즉, 숨겨진 페르소나를 보려고 생각했다. 단순히 개인적이었던 관심의 범위가 확대되어 사라져가고 있는 전통적인 소재, '탈'을 통해서 드러난 것에 대해 무척 반가운 마음이 들다. 나 또한 어떤 분야에서는, 그런 작업을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싶다.

이 사진을 보고 있으니, 엉뚱하게도 학생운동 던 사람들 얼굴이 저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학생운동이 치열하던 시절의 사람은 아니지만, 밖에서 최루탄에 눈물 콧물을 쏟으며 소리를 지르고 때로는 몸을 부딪히던 어느집의 귀한 딸과 아들의 다소 무섭고 위협적인 표정이 떠오른다. 호방하게 소주를 들이키고 민주화에 몸 바치겠다는 비장한 그 얼굴과, 고향에 내려가서 죄송한 마음으로 어머님이 주신 된장국에 고개를 박고 밥을 떠 먹었을 얼굴은 아마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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