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말많은마리 070808

만두가 요새 우리 집에서 구박을 받으며 살고 있다. 게다가 그나마 제일 친밀하다고 할 수 있는 동거인인 나마저 밖으로 돌아다니느라고 하나도 보살펴주지 못하고 있으니, 지쳐서 TV 위에 잠든 모습을 보면 안쓰럽다. 발톱 살살 긁으라고 사준 빨래판은 쳐다도 안 보고, 천으로 된 소파 옆구리를 다 뜯어 놨으니 엄마가 눈에 쌍심지를 켜는 것도 무리는 아니고. 침대에 오줌 싸서 언니가 투덜거리면서 내 침대에서 자면, 난 소파에서 새우잠을 잔다 -_-;

누군가 그러던데, 강아지는 제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까딱하지만, 고양이는 듣고도 모른 척 한다고. 예쁘다고 안아주면 쏙 빠져나가면서도 잠들면 어느새 옆에 와 있다고. 음, 뒤의 말은 맞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만두는 그냥 멍청한 고양이인 것 같다. 일명 백치미?; 그렇다면 만두는 이미 퀸카인가; 외모는 정말 어디에도 빠지지 않지만, 매일매일 내가 작업할 때 모니터 앞에서 마우스 포인터를 잡으려고 뛰어다니는 것을 보면 괜히 저러는 것인지 어제 그랬다는 것을 까먹고 저러는 것인지 조금 의심스럽다.

가끔 저렇게 TV위에서 자다가 꼬리가 축 내려오면, 소파에서 다들 누워서 TV를 보다가 "만두야, 꼬리 올려라!"라고 소리치고는 한다. 그러고 나서는 거의 모든 경우 막내 동생 혹은 내가, 늘어져 있는 꼬리를 살포시 올려 놓고 돌아와서 다시 눕는다. 다들 온전한 직사각형 모양의 TV화면이 눈에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고는, 안심하며 TV에 시선을 집중한다. 그러면 꼭 그 순간에 만두는 기지개를 피면서 뒤로 돌아눕고, 십중팔구는 네 다리 중 하나가 꼭 다시 내려오기 마련이다. 이런 일상이 반복되면 꼬리 면적 만큼의 화면은 포기하고 TV 보는 법을 어느새 터득하게 된다. 밤에 혼자 거실에서 영화를 보고 있을 때면 종종 소파에서 자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TV 위가 따뜻해서 좋아하는 것 같다.

이상하게도 강아지랑 다르게 고양이랑은 대화를 하게 된다. 그 전에 제주도에 가서 일주일 동안 만두를 보지 못했을 때도 집에 전화해서 동생에게 "만두 좀 바꿔봐." 라는 말을 하고서는 "언니, 미쳤어?"라는 말을 들었는데 -_-; 사실 나도 놀랐다. 결국 만두는 귀찮다면서 내 전화를 뿌리쳐서 나를 서운하게 했지만, 정말 수화기를 대주면 알아듣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굉장히 멍청한 고양이가 되기에는 너무나 얌체짓을 잘 하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 모두가 만두에게 말을 시키기 시작한 것을 보면 아마 이건 나만 해당하는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럴 때면 나쓰메 소세키의 <고양이로소이다>가 생각나서, 만두는 어떤 목소리를 갖고 있을까 종종 궁금해질 때가 있다. 가령, 요염한 얼굴값을 하는 새침떼기의 말투와 짧은 단어를 구사하는 고양이일까, 아니면 꼬리 치면서 물러날 때 엉덩이를 흔드는 모양처럼 이리저리 불만을 뱉으면서 궁시렁대는 수다쟁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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