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말많은마리 070808
2007-1 양석원 교수님
문화와예술의정신분석

그들의 ‘패싱’

- 뮤지컬 킹앤아이 정신분석,
인종차별에 대한 파농의 거울이론 해석을 중심으로

0620916 조지은


어렸을 때 하루 중 네다섯 시간 정도는 TV앞에서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 중에서 지금까지도 좋아하는 ‘디즈니 만화동산’은 특히나 애청자였다. 후에 나이가 들고 나서 머릿속으로 동화를 쓰는데, 그 안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던 숲속의 오두막이 배경이었다. 디즈니의 사랑스러운 캐릭터들과 금발의 소녀, 중세의 기사가 등장인물로 나오고는 했는데 한 순간 그림이 어긋나서 동화가 깨져버렸다. 아는 인물과 비슷한 성격의 캐릭터를 동화 속에 넣기 위해서 그 사람을 상상 속에 끼워 넣었더니 피터팬에서 보았던 인디언이 자꾸만 떠올랐던 것이다. 이후에 코스프레 사진이나 예수의 사진을 보았을 때에도 깊은 이질감을 느꼈다.

정신분석이 과연 인간의 정신에 대하여 보편적인 이론을 제시할 수 있을까? 정신과 의사이자 혁명가였던 프란츠 파농은 탈식민주의의 틀거리가 되는 <검은 얼굴, 하얀 가면>에서 서구 백인 부르주아의 산물인 정신분석의 한계점을 지적한다. 백인 정신분석가들이 보기에 피식민계층이 꿈꾸는 소총이나 황소, 칼 등은 모두 상징으로 해석될 수 있을지 몰라도 역사적인 맥락에서 그것은 상징이 아니라 실제 소총이고 황소이며 칼인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킹 앤 아이’에 등장하는 여러 캐릭터의 성질을 통해 간단하게 나마 탈식민주의, 인종차별과 관련한 정신분석을 하고자 한다.

킹앤아이의 스토리는 시암의 왕이 서구 문명을 받아들이기 위해 영국 여성인 애나를 황실의 선생으로 초청하면서 시작된다. 애나는 계약서에 자신의 집을 받겠다는 조건으로 시암에 오게 되는데, 처음에 이 요청은 무시된다. 그러나 애나는 계속해서 집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보여 왕을 당황하게 한다. 또한 황실의 왕비들은 그녀를 질투하는 것이 아니라 고맙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며 그녀가 왕을 도와주기를 바라는 것으로 묘사된다. 영국에서조차 당시 여성의 인권은 남성에 비해 폄하되던 것이었음에도, 애나가 시암 왕과 갖는 계급적 차이는 ‘서구 백인’을 매개로 가볍게 넘어설 수 있는 것이 된다. 애나는 무척 논리적이고 정교하며 능력 있고 빈틈이 없는 여자이다.

반면 애나의 출현으로 인해 시암의 왕은 망설이고 갈등하는 이미지로, 왕비들은 순종적이고 복종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왕은 ‘et cetera, et cetera, et cetera, and so forth’를 반복하며 그 때마다 관객은 웃음을 터뜨린다. 탑팀은 ‘제가 영어를 할 줄 알아서 좋지요?’라고 흐뭇해하며, 한두 줄을 제외한 뮤지컬 전체가 영어로 진행된다. 그 와중에 영어에 서툰 시암왕실의 사람들은 유아적인 언어를 구사하는 것처럼 들릴 수밖에 없다. 왕비들은 드레스를 입고 수선을 떨다가 왕에게 절을 하고 속치마가 모두 뒤집어진다. 애나는 화난 듯이 안으로 팔짱을 끼고 왕을 바라보며 고개를 젓는다. 관객들이 웃으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부분은 항상 왕이나 왕비의 아이 같고 허술한 모습이다. 여기서 웃는 관객은 누구와 자신을 동일시하는가?

애나는 시암의 황실에서 일종의 ‘거울’ 역할을 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왕비들은 모두 애나를 따라서 유럽식으로 입고 행동할 것을 요구 받는다. 처음에 이런 애나의 교육방식은 왕과 왕자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데, 이것은 영국사절을 맞이하기 위해 ‘야만인으로 보이지 않도록 꾸미는’ 일을 애나가 성공적으로 도와줌으로써 무화된다. 야만인으로 보일까봐 걱정이 된다는 것은 애나가 시암의 문화를 야만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는 말의 또 다른 표현이다. 왕 역시 같은 입장에서 야만인으로 보일까봐 걱정이 되어 애나의 도움을 청하게 된다.

파농이 라깡의 거울이론을 해석한 것처럼 시암의 왕실은 ‘애나’를 거울처럼 동일시함으로써 본래 자신의 모습에 공격성을 품고 깊은 괴리감과 열등감을 내재화하며 주체를 형성하는 모습을 보인다. 결말 부분에서는 이 모습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는데, 출라롱콘 왕자가 ‘두꺼비처럼 절하지 말고 유럽식으로 인사하라’고 하는 장면에서는 시암의 밝은 미래가 올 것 같은 분위기와 화려함으로 무대가 장식된다. 애나가 제공하는 서구식의 거울상이 영국에 시암의 ‘문명화’된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는 성공할 지 모른다. 그러나 애나가 제공하는 모습은 다른 역사적 맥락에서 창조된 것이기 때문에 그들이 스스로 시암의 동양인임을 자각하는 순간, 괴리감과 열등감이 고개를 들 수밖에 없다.

시암왕실의 ‘문명화된’ 모습은 항상 상상적인 수준에서만 가능하다. 욕망하고 주체하는 상징계로 들어오기 이전부터, 서구문명을 내재화하며 정체성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시암 왕실의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애나’로 대표되는 서구인상이 원하는 것을 물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물음은 자신이 아니라 밖으로 향할 수밖에 없으며 스스로를 바꾸고 만들어나가야 할 ‘대상’으로 놓아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안나 프로이트가 말했던 방어기제로서의 자아퇴행 역시 파농이 말했던 것처럼 불가능한데, 시암왕실의 사람들에게 있어 본래의 전통적 가치를 고수하는 것은 ‘두꺼비같이’ 절하는 것이며, 이미 고루하고 구시대적인 것으로 낙인 찍혀 스스로가 거부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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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
교수님 피드백.


1. 파농의 탈식민주의적 정신분석 이론을 토대로 뮤지컬에 나타난 백인거울상과의 동일시를 적절히 지적했다.

2. 상상적 동일시에 실패한 피식민주체가 겪게될 갈등과 분열을 미래시제로 언급했는데, 왕의 자기분열에 초점을 맞춘다면 뮤지컬안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3. 상상적 동일시의 차원을 넘어서 이 뮤지컬을 상징질서의 변화의 관점에서 읽을 수 있다. 이런 점에 대한 고려와 보다 정밀한 분석이 다소 아쉽다.
2007/07/02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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