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오면 항상 뭐든 끝까지 하지 못 하고 잠들어버리는데, 그 이유는 대개 어디 진득하게 앉아있을 곳이 없기 때문이다. 천소파에 앉으면 열에 아홉은 드러누워서 결국은 자게 되고 침대에 앉아있자니 허리가 아파서 옆으로 누워서 책 보다가 또 자게 된다. 거실에 엎드려 있으면 잠시 뒤에 어깨가 결려서 엎드린 채로 기지개 펴다가 코 박고 그대로 잔다.
내 더러운 책상 위의 오브제들을 구석에 몰아놓고 유용하게 쓰던 시절이 있었는데 고등학생이라 나보다 책상을 많이 쓰는 동생이 스탠드를 가져갔다. 그래서 이제는 오브제들을 몰아놓아도 의자에 앉으면 내 머리통 그림자가 책을 가리어 눈에 심히 핏대를 세우며 무리를 해야하는 상황이다. 결국 책상에서 책 보는 것은 밝은 낮이나 가능한데, 낮에 나는 집에 없다.
그래서 오늘도 집 안에서 허위허위 떠돌다가 천소파에 정착. 집 안에서 나의 동선은 정해져있다. 앉자마자 또 다시 어머니의 잔소리 시작. 엄마는 내 눈썹이 온 힘을 다 하여 집중하려는 것을 빤히 보면서도 반경 5m 이내에 내가 있으면 무조건 방백 모드다. 나, 참 이거. 들으라고 하지도 않으면서 못 들었다고 하면 왜 또 남의 말을 우습게 아냐고 말씀하신다. 이럴 때는 정말곤란하다. 그런데 오늘은 엄마한테 미안하다.
얼마 전부터 계속 기침이 심해지고 코가 간질거려 수업 시간에 걸핏하면 나무 하던 젊은이 도시락 까먹다 사래 들린 버전으로 우렁찬 재채기를 내뱉었다. 이게 왜 그런가 설마설마 했더니 저번에 어느 날밤, 해가 지고 나서 모니터 빛을 받아 반짝이며 공기를 타고 있던 만두의 그 털 때문이 맞나보다. 영화 보다가 흠칫해서 순간 두턱 되었다. 엄마도 계속 재채기에 기침에 콜록거리시며 불평을 하신다.
원래 이렇게 심하지 않았는데 만두야 너 왜그러니. 오늘 만두 밥, 내 밥(버거킹 와퍼주니어세트) 이렇게 두 봉지를 양손에 딸랑거리며 집에 왔는데 밥 먹고 또 털 날리니. 너 왜 그러니. 다랑어캔 바닥까지 핥아먹고 옆에 쌓아둔 옷감 위에 오줌은 왜 싸는 거니. 오줌 싸는 것도 모자라서 왜 털 날리니. 네가 의도적으로 날리는 거니. 겨울에 안 갈던 털을 이제 가는 거니. 아아 원망스럽다.
동물 키우는 것은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 이러다가 나 알르레기라도 걸리면 좋아하는 강아지 한 번 쓰다듬을 때마다 흠칫거리며 손을 내밀어야 하는걸까. 동물을 좋아하는데 동물 털에 알르레기 걸리면 이건 또 무슨 고통인가. 역시 만두도 내게는 함께 사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가 그렇게 사는 모습을 지켜보며 좋아해야 할 생물이었을까. 속상하지만 이제는 속상할 기운도 없어 애초에 분양받았던 분에게메일을 썼다. 긍정적인 답이 왔으면 좋겠다. 아쉽지만 안녕해야할 때라면 안녕해야지.
만두 너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너는 동물이라 못 알아들었겠지? 나는 인간의 귀로 단어 하나하나 감수하느라 이제 이별조차 슬프지 않다. 언니가 미쳐서 동그랗게 눈 뜨고 소리 지를 때 애써 덤덤한 척 모니터 보는 동안 뒷덜미는 후덜덜 했었지. 근데 너 그러면 안 되는 거야. 내가 화장실도 치워주는데, 고양이는 깔끔한 동물이라는데 너는 왜 그러는 거야? 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