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말많은마리 070808

소통의 어려움. 엄마와 나에 대해서 요새 부쩍 많이 생각한다. 몇 년 있으면 나도 성인식을 치르고, 또 조금 더 있으면 엄마가 나를 낳던 그 스물 넷을 만나게 될 것이다.

워드 작업을 하는 엄마와 나, 새벽에 둘만 남았다. 엄마가 워드작업을 하는 동안 나는 야식으로 계란을 삶는다. 책장을 정리한다. 읽지 않는 책들을 베란다에 내놓는다. 베란다에는 엄마의 오래된 책들이 꽂혀 있다. 정리를 하다 보니 있던 책인 줄 모르고 다시 산 것도 수두룩하다. 가령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1984년>,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와 같은 책들. 아, 엄마도 이런 책들을 읽었구나. 한 권씩 손으로 쓸어보고 몇 장 넘겨 보면 하나 같이 다 색이 바래서 종이가 금방 바스라질 낙엽같은 소리를 낸다. 도저히 엄마가 읽었을 거라고 믿기지 않는 생물 관련 외국 서적, 마르크스의 인간론, 그리고 시몬느 베이유의 시집. 시집만 모아도 한 손에 꽉 찰 만큼의 두께가 된다.

생물학자가 되고 싶었다던 엄마는 학비가 없어 교대에 간다. 그래도 미련을 버릴 수 없어 과학교육부에 입학을 하고, 생물공학에 대한 원서들을 사보며 파릇한 열정을 조심스럽게 간직했겠지. 그리고는 교육학 관련 책들, 이를 테면 학생들의 지도, 그룹 내의 리더십, 교사의 자질에 대한 책들을 샀다. 스물 넷에 결혼하여 나를 낳고는 ㅡ 아, 그래도 스물넷은 정말 너무했다 ㅡ  요리책과 뜨게질 관련 책들이 보인다. 산처럼 부른 배를 잡고 처음 발령 받은 곳에서 수업을 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밤이면 나물 반찬과 된장찌개 끓일 생각을 했을까? 시집은 계속 읽었을까? 유일하게 엄마와 나를 엮어주는 아이콘, 박완서님의 소설은 계속 읽었을까?

그리고 지금 엄마의 책장은 베란다에 있다. 보지 않는 책들을 쌓아두는 그 옆에. 내버리고 줄이고 또 줄여서 고작 책장 하나만큼 남아 누런 이가 가지런히 나 있는 모양이다. 퀘퀘한 냄새까지 풍긴다. 그 옆에서 안 보는 책들을 쌓아 손으로 선을 맞춘다. 식탁의자에서 등을 구부리고 초등학생들의 시험지를 만들고 있는 엄마의 뒷모습을 옆눈질 하면서 괜히 베란다에 쌓여있는 책들을 뒤적이다 무심코 묻는다.

"엄마는 나 때 누구 작가 좋아했어?"
"나?"
"응. 책이 꽤 많은데?"
"... 글쎄, 오래 돼서 다 까먹었다."
"에이, 그런 게 어딨어? 읽으면 다 남는 거지."
"박완서 소설 많이 읽었는데 ..."
"나도 박완서 소설 좋아하는데!"
"그러냐? 말이 쉬워 ..."

"... 시도 많이 읽었어? 시집도 꽤 있네."
"응, 아이, 다 까먹었다니깐."
"음악은 누구꺼 들었어?"
"음악은 잘 안 들었어, 원래. 어쩌다 영화 음악 같은 거 조금 들었나?"
"무슨 영화?"

"... 근데 너 안 자냐?"
"나 이따가 잘 거야."
"말 그만 시켜."
"알았어, 나도 바쁘네요. 계란 먹어. 내가 삶았지만 진짜 잘 삶았다."
"땡큐."

"너 외시 봐라."
"안 본다니까요."
"아니, 너는 마음 먹으면 하니까 내가 이러는 거야."
"엄마, 자식은 부동산이 아니야. 인생을 만들어 주려고 하지 마. 한국 부모들은 자식한테 투자를 한다니까."
"야, 내가 언제 인생을 만들어준대? 난 그냥 바람을 이야기하는 거지! 넌 설득하면 될 거 같으니까."
"엄마 희망을 투영해서 설득하는 거랑 인생을 만들려는 거랑 뭐가 달라? 말만 더 부드러울 뿐이지 기본적으로 같은 거잖아."
"여튼 엄마 말은 개 ... 뭐시기보다 우습게 보지."
"무슨 소리야, 개보다는 존중해. 그리고 엄마는 말 안 듣는 딸을 둬서 다행인거야. 쿵짝이 맞아서 시키는 대로 하는 딸 있어봐. 끔찍하다, 아유."
"난 니가 좀 끔찍했으면 좋겠다."
"그게 아니라니깐! 지난 20년 가까이 잘 맞았던 게 이상한 거야."

결국은 투덜거리다 끝난다. 베란다 책꽂이에서 누런 책들만 대여섯권 정도 주섬주섬 집어 와서, 안보는 책들을 치워내고 남은 내 책장의 빈 자리에 꽂았다. 흥, 엄마는 자기 멋대로 반대하는 결혼까지 했으면서. 아마 나보다 더 철이 없었을 거야, 분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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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네 손에 들린 누런책이 되어있는 느낌 :)
2006/11/10 23:01
^^

2006/11/11 00:32

스킨 바뀌었군요. 예쁘네요 :)

저는 부모님과 대화를 많이 하지 않아요. 식탁에 앉아서만 조금씩 얘기하고 밥 먹은 후에는 뿔뿔이 자기 할일을 하죠. 게다가 제가 여행을 좋아해서 집을 자주 비워서 못보는 나날도 많죠.....

집안이 너무 삭막한 것 같아서 조금은 아쉽기도 해요. :)
2006/11/13 17:15
아, 그런 것 ...

2006/11/13 20:20

난 이 글이 너무 좋았어요 특히 마지막 문장. 일다에서도 몇 번 뵈었던 듯하고. 몇 번 들렀었는데 큰맘먹고(왠일로-_-) 댓글 남겨요. 좋았다구요, 좋은 글에는 좋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
2006/11/22 13:14
앗, 감사합니다 ^^; 일다에서 뵈었던 분인가요? 음, 칭찬 한 마디가 어쩐지 큰 힘이 된달까나 .. 오랜만에 저녁에 기분이 좋네요! 또 뵈어요 ^^

2006/11/22 18:51

아주 좋은 위치 나는 그것을 감사 좋아한다!
2008/03/13 06:10

나는 너에 합의한다 이다. 그것은 이렇게 이다.
2008/03/13 07:46

좋은 위치는 그것 찾아본 즐겼다!
2008/03/13 08:33

위치에 중대한 일은 그것을 좋아했다!
2008/03/14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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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4 04:24

여보세요, 아주 좋은 위치!
2008/03/14 05:11

관심을 끌. 너가 좋을 동일할 지점을.
2008/05/23 04:29

아주 좋은 나는 위치 그것을 감사 좋아한다!
2008/05/23 05:06

블로그를 위한 감사합니다.
2008/05/23 05:32

나는 배웠다 매우…
2008/05/23 06:07

이 위치는 아니라 유익한뿐 재미있는다!
2008/05/23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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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4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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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4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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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4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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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4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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