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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알는지 모르겠다만
너는 천 가지 눈을 갖고 있다
천 가지 맛과 천 가지 색의 솜사탕이 먹고 싶다고
천 가지 모양의 뽑기를 오려서 최고가 되겠다고
교문 앞에 쭈그려 앉아 있던 그 시절에
스티커를 잔뜩 붙인 다이어리를 꼭 쥐고 사탕을 빨던 그 때
너는 하늘이 호수같이 넓은 곳에서
백 가지 남짓 빛나게 된 눈으로
친구들과 누들 파티를 하고
공을 차다가
편의점에 가서는 몰래 잡지에 곁눈질을 하던
그 귀여운 꼬맹이였겠지
알는지 모르겠다만
학원가방을 비스듬히 메고 앉아 바늘로 뽑기 테두리를 싹싹 문지르던 내가
대학로에서 분홍빛 솜사탕을 먹으면서 기다릴 때
비둘기가 삼삼오오 모여 구구구구
거스름돈을 건네던 아저씨의 손에서 동전이 찰랑찰랑
아이 손을 잡고 가던 어머니 옳지, 옳지, 하던 그 때에
너는 천 가지 맛과 천 가지 색과 천 가지 모양을
내게 전부 보여줄 듯이 걸어와 곁에 앉는다
손가락에 붙은 설탕조각을 쪽쪽 빨아먹는데
네가 말할 때 보여주는 그 눈빛이
화가 날 때
밥먹을 때
차를 마실 때
답답할 때
불안해하는 손을 꽉 쥘 때
만화책 볼 때
만족스러울 때
키스할 때
소년 시절 이야기할 때
피곤할 때
…
내 어린 시절 조그만 야심을 다 이뤄주고 있다!
옳다, 옳다, 사랑아
네 눈이 말하는 것은 다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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