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말많은마리 070808
그것은 매우 뜻밖의 일이었다. 그녀는 눈을 어슴푸레 뜨며 서서히 다가오다가, 뿌듯해하고 있는 그의 표정에 경멸에 찬 눈빛을 던졌다. 그리고는 한발짝씩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냥이는 당황했다. 그는 white pig라고 불리는 저 소녀가, 자신에게 여태껏 일용할 양식을 제공해주었던 그 소녀가, 그런 걸음으로 서서히 멀어져가다가 재빨리 뒤로 손을 넣는 것을 보고 직감했다. 잠시 정을 주었던 자신을 책망하며, 순간 그는 슬퍼졌다.

'역시 인간은 알 수 없는 동물이군.'

놀란 white pig 는 뒤에서 소리를 지르며 손에 집히는 부엌식기들, 대부분 금속으로 되어 있어서 굉장히 위험한 것들,을 손에 집히는 대로 던져 댔다. 아마도 그 때의 기억이 살집둥이에게는 꽤 상처가 된 일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나서 다시는 고양이에게 정을 주지 않겠다던 그 소녀는 자라서 학교에 들어가고, 낙엽이 뒹구는 가을날 싯구를 노트에 적기도 했으며,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해서 축복 속에 첫딸을 낳았다. 아장아장 겨우 걷던 그 딸이 이제는 자신도 누군가를 돌볼 나이가 됬다는 생각에 다시 냥이를 들여온다고 그녀의 트라우마를 슬슬 건드리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눈 앞에 애교를 떨던 냥이 녀석이, 피를 철철 흘리는 쥐새끼를 입에 물고 있을 것을 상상하면, 나도 다시는 냥이를 못 키울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한 때는 숱한 햄스터들에게 정을 붙이며 살았던 나로서는, 재미로 쥐를 물어뜯는다고 하니 말이다. 물론 햄스터의 엄청난 번식력에 한 번 기가 죽고, 배고프다고 낳아놓은 새끼 도로 입으로 해치워 핏자국만 톱밥 위에 선명할 때의 그 기억은, 또 나의 트라우마가 되었지만.

어쨌든 "내가 키울게, 응?응?"이라며 턱시도 냥이를 데려온 딸아이에게서, 엄마는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소리에 절절 가슴이 아려오며, 트라우마는 주머니에 살짝 넣어 두는 센스를 발휘하셔야 했다. 무심코 TV를 보다가도 거실에서 이제는 거의 매일, 음흉하고 날렵한 동선의 생물체가 자신과 동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기라도 하면, 본능적으로 움찔거리는 그 불쌍한 어머니의 잔근육들을 나는 못 본 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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