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 성평등리더십의이해와실천
여휴가 왜 따로 있냐고요?
0620916 조지은
이번 쪽글 주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공학의 공학성에 대한 이야기일까? 공학이라고 하지만 실은 공학답지 못한 부분, 생물학적 성이 다른 한 쪽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공학의 시스템에 대한 성찰의 부재, 라고 추측만 할 뿐이다. 이 글에서는 가만히 오래 전부터 내가 고민하던 질문 하나를 던져본다.
난 ‘여학생 휴게실’의 열렬한 팬. 그런데 여휴가 왜 따로 있을까?
나는 ‘아싸’다. 아싸는 ‘아웃사이더’의 준말로 특정 집단에서 활동하지 않고 겉도는 사람을 일컫는다. 대부분 이럴 경우에는 그 집단에서 나와버리면 되기 때문에 이런 단어가 생겨날 틈이 없다. 그런데도 쓰이고 있는 ‘아싸’는, 나올 수도 없고 애초에 선택의 자유도 없는 ‘반’과 관련한 단어로 많이 사용한다. 작년 3월 한달 동안 ‘새내기’로서 그 많은 밥을 얻어먹으며, 나름대로 반 분위기에 적응하기 위해서 애써 보았지만 몇 가지 사건들이 있은 후에 결국은 박차고 나와버렸다. (그러고 보니 나 같은 아이들을 ‘먹튀’라고 부른다는 새로운 사실도 얼마 전에 알았다)
술자리에서 오가는 쓸 데 없는 이야기들, 1학년 여자 후배를 앉혀놓고 재미있다고 하는 성적인 발언들(우리가 그거 다 모르는 줄 알겠지?), 맞장구를 치고 같이 웃는 다른 선배들. 그 안에서도 ‘선배, 이러면 안 됩니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분명 있기는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참자고 말하기 전에, 내가 왜 참아야 하는 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언제쯤이면 이 참는 것이 끝난다는 말인가? 나 못 참아. 눈 똑바로 뜨고 생각해보자. 어느 감독님의 스튜디오 이름처럼 ‘지금이 아니면 안 돼.’
박차고 나오니 캠퍼스의 전경이 그제서야 아름답더라, 하하하. 반에서 나오고 나니 불편한 점이 딱 두 가지 있었는데 하나는 학생회와 관련된 내용이 모두 반을 통해서 전달되기 때문에 아싸인 경우에는 접근하기가 힘들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공강시간에 묵을 공간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 때부터 여학생 휴게실을 들락날락했던 것 같다. 우리 학교에는 건물마다 잘 찾아보면 숨겨진 ‘여학생 휴게실’이 있다. 그 안에서 책을 읽기도 하고 누워서 자기도 하고 구두를 벗고 발가락을 만지작거리면서 잡지를 넘겨보기도 한다. 아, 좋다. 좋구나! “근데 왜 남학생 휴게실은 없는 거지?”
난 ‘여학생 휴게실’의 열렬한 팬. 여휴가 왜 따로 있을까?
밤에 집에 가는 길이었다. 한참 이런 저런 일들로 마음이 심난해서 이유 없이 방구석에만 처박혀 두문불출하던 시기였다. 집밖으로 나가야 하는 이유는 오로지 아르바이트 하나였는데, 돈 때문에 머리채 잡혀 끌려나가는 기분에 항상 가슴 한 켠이 답답했다. 물 한 모금을 마셔도 별 나쁜 생각이 다 들던 때다. 홍대에 있는 카페에서 서빙을 했다. 알바가 끝나고 걷다가 담배를 한 대 태웠다. 지하철을 탔다. 취한 사람들로 공기가 온통 꼬여서 빌빌거렸다. 이런 시각이면 항상 좀더 일찍 내려서 버스로 갈아탄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아무 생각 없이 담배를 꺼내 드는데 순간 주춤했다. 그 시선들.
우리 집은 아주 평범한 주택가에 있다. 작은 시장이 하나 있고, 그곳을 통해 들어가면 지은 지 얼마 되지 않는 아파트 단지가 있다. 우리 가족은 그 무수한 칸들 중 한 칸을 차지하고 산다. 집 주변에는 학원이나 슈퍼마켓, 동물병원, 세탁소, 운동화 빨래방 등이 있고 여대가 있는 쪽으로 가면 조금 번화한 거리가 나온다. 그러나 이곳은 홍대가 아니었지. 나는 결국 그 담배를 다 태우지 못 했다. 정류장에서 젊은 청년 하나와 아저씨 두 명이 담배를 태우면서도 힐끔힐끔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뭐, 어쩌라고? … 어느새 나는 얌전하게 주머니에 라이터를 도로 넣고는 고개를 푹 숙이고 걷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렸다. 아무도 없는 집 앞 놀이터에 와서 혼자 씩씩거리며 한 대를 열심히 다 태우고 초라하게 들어갔다. 그 시선들. 내가 남자라면 이런 기분을 느꼈을까?
난 ‘여학생 휴게실’의 열렬한 팬. 여휴가 왜 따로 있을까?
이미 나는 이 질문에 대답했다. 포인트를 찾아보시라!
‘아싸’나 ‘먹튀’와 같은 단어들이 어떻게 해서 쓰일 수 있게 된 것인지 하나씩 짚어 들어가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나는 그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보니, 아주 전형적인 아싸와 먹튀가 되어있었다. 1년 전에 ‘여학생 휴게실’이라고 선명하게 새겨진 글씨를 보면서 ‘도대체 이 학교가 어떤 학교이길래 이런 것이 따로 있단 말인가?’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여학생 휴게실’이 따로 없는 학교가 이상하다. ‘도대체 이 학교가 어떤 학교이길래 이런 것이 따로 없단 말인가?’ 초등학교에서 배웠던, 말 그대로 불필요한 것은 치우고 필요한 것은 갖춰야 한다는 상식을 우리는 아직도 배운다. 간밤에 알림장을 펼쳐놓고 준비물 챙기던 만큼만 생각해본다면야 좋겠는데 말이다. 그러고 보니 총학생회장은 도대체 어느 초등학교를 나온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