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공부를 하면서 언어생활까지 개조했던 나는 표준말을 사용하는 인간이 되었다. 그래서 '효꽈'가 아니라 '효과'라고 발음하고 '짜장면'이 아니라 '자장면'을 먹어야 한다고 철석 같이 믿었다. 그런데 그 표준이라는 것을 누가 정하는 것이냐? 티브이에서 떠들어대는 아나운서들의 표준말은 무미건조할 뿐더러 생기도 없다. 또박또박 뉴스 듣기에 편하고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의 변천사를 알 수 있어 좋긴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자면 표준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사람들이 자꾸 쓰다보면 설농탕은 설렁탕이 되고 남비는 냄비가 되니,표준어는 항상 뒷북이나 치고 있는 셈이다.
매체에 실리는 언어나 공적인 말들은 아나운서들이 말하는 것처럼 ('올바른' 언어가 아닌) 표준어를 표방할 필요가 있다. 대개 형식적인 면에서는 보편성을 어느 정도 획득하고 있어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살 우려가 덜 하기 때문이다. 뉴스에서 경상도 말 쓰면 그거 안 듣는 전라도 사람 있다. 그러나 일상에서까지 내가 표준어를 운운하게 되는 것은 외부에서 형성된 기준을 무턱대고 내재화한 결과에 지나지 않았다. 각종 표준, 모범, 주류적 기준 등등이 모두 대중을 지배하기 위한 것이라는 음모론적인 이야기까지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에서 합의하는 과정에는 반드시 상위 계급의 입장이 중심적으로 투영되기 때문에 그러한 것들이 일반적으로 타인에게는 한 가지 기준을 내재화시키는 기제로 작동한다. 그러한 기준은 내재화되는 사람의 것이 아니다. 이미 주류인 사람들은 자기들의 방식 자체가 사회의 기준이기 때문에 굳이 내재화할 필요도 없다.
내가 생각하기에 표준어의 최대 단점은 표준어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수치심, 심지어는 죄의식을 안겨준다는 점이다. 가끔 술자리에서 사투리를 쓰는 사람을 보고 누군가"고향이 어디세요?"라고 묻거나 "말투가……."라며 웃음을 참는 듯 말끝을 흐리면 상대방은 "아직 사투리가 남아서" 겸연쩍어한다. 마치 사투리가 없애야할 그 뭐라도 되는 듯이. 거기에 같이 짜장면 먹는 친구가 '자장면이야'라고 교정해줄 때면 괜스레 잘못된 말을 쓰고 있다는 억울한 죄의식에 초라해진다. '지대루' 찝찝하다. "내가 먹는 건 짜장면이다 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