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말많은마리 070808
오늘은 이래저래 정말 화가 나는 날이다.
어제 외숙모가 밥을 사주셔서 엄마와 셋이 밥을 먹었다.
잘못 먹어서 속이 안 좋기는 했지만,
외숙모께서 워낙 입담이 좋으신 분이라 말씀하시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졌다.

사람은 자기 편한대로 생각하려고 하는 거라서
나는 아버지가 우리에게 양육비도 안 주고
얼굴도 안 비추는 것이, 자기 벌어먹기도 힘들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외숙모가 아버지를 책망할 때도
"아부지도 불쌍한 사람"이라고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려 했는데.
"혼자서 쓰는 데만 드는 돈도 벅차다"면서
그 돈이 "한 달에 3-400"이라는 말을 듣고 나니 뒷통수를 맞은 듯했다.

엄마와 나와 동생 둘은 같은 돈으로 넷이 먹고 산다.

생각할수록 열받는다.
아부지 같은 남자를 만나지 않고 그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아부지와 화해해야 한다고, 아주 정직하고 이기적인 동기를 갖고 있음에도
도저히 마음에서 화가 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리고 새벽 한 시가 다 되어서 엄마는 애인을 데리고 집에 왔다.

혼자 사는 집이 아닌데.

가족은 가까운 사이랍시고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
그 상처는 평생 간다.
아프다고 화난다고 소리 지르려고 정신 차려보니
사춘기는 이미 갔다.
이래저래 눈물 나는 밤이다.

저번에 한 번은 니힐리즘에서 헤어나질 못 하고
<인생수업>이라는책을 한참 울면서 읽었는데,
거기서 충고한 말 중에 이런 것이 있었다.

'사춘기 시절에 상처를 감싸기 위해서 쌓았던 방어 기제를,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벗어버려야 합니다.
평생 그것으로 자신을 보호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주변 사람들이 내게 그 비슷한 말을 자주 해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알고 있어도 마음으로는 절대 되지 않는 것이 있는 걸.
더 이상 실망하고 싶지 않는데,
나는 매번 기대하고 매번 실망한다.
부모되기란 참 초라한 소일거리다.

다락 오픈은 아직도 못 했는데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내가 하는 일은 전부 끝냈는데, 왜 사이트가 안 열리는 것인지 ...

이래 놓고 내일 아침에는 뻔뻔하게 목구멍으로 빵조각이 넘어갈 것이다.
어쨌든 강의는 들어야 하니까, 새벽에 레폿도 끝내고 잘 것이다.


다 싫다. 다 싫다.


할아버지, 저는 덜 컸습니다.
더 자란다고 해도 변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날 죽이지 못한 것은 모두 날 더 강하게 만든다고 말했다는 니체를
요즘 읽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모두 뻔뻔한 무조건적 긍정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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