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말많은마리 070808


저녁. 집에 왔다. 오늘 내내 버스는 터널이 집어 삼킬 듯이 내장을 꿈틀거려 겁먹고 잔뜩 웅크린 채였다. 정류장의 사람들은 스산했다. 연인들은 키스를 하고 주름이 깊은 이는 가늘게 흔들리는 백발만큼이나 하얀 입김을 불며 서 있었다. 카드에 충전을 하려 안국역에 내려갔으나, 걸어도 걸어도 보이는 것은 쇼윈도 뿐이었다. 충전하는 곳은 없는, 그냥 지하도였나보다. 그걸 오늘에서야 알았다. 쇼윈도 중 한 곳에서는 선하게 그려 놓은 초상화들이 몇 개 있었다. 예전에 친구와 검지와 중지손가락을 꼼지락거려 만들었던 얇은 풀실 같이, 흑연 한 올 한 올이 보이지 않게 하얀 배경 위를 덮어서 그네들의 미소를 만들었다. 그런 선을 긋는 사람이라면 HB심처럼 엷은 웃음을 짓곤 할까.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며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 들 때는 왜 사는 걸까 잠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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