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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째 새벽 여섯 시 이전에 잠들지 못 하고 있다. 아무래도 책 한 권을 끈질기게 읽는 습관을 조금 들여야 할 것 같다. 지난 네 달 동안 썼던 일지를 읽어보니, 사실은 이번이 네 번째 정도 읽는 것인데, 이제서야 눈에 보인다. 너무 바빠. 이래저래 너무 여러 개의 건반을 동시에 두드리다 보니, 이건 거의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나무 막대로 깡통 두드리는 수준이다. 요즘도 다르지 않다. 아무래도 적절한 수준으로 조증을 유지하는 노력이 조금 필요.
머릿속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시끄럽게 군다. 그러다가 그저 스위치를 내리면, 주로 영화를 보거나 잠을 자거나 책을 펼 때, 자기네들이 주목 받지 못 한다고 아우성이다. 아무래도 장편 여러 권보다 단편 여러 권을 보는 것이 훨씬 머리가 아픈 것 같다. 그새 나를 잊었냐고, 수많은 단편의 댈러웨이 부인(버지니아 울프의 장편 ‘댈러웨이 부인’ 뿐만 아니라 단편에서 등장하는 인물 중 많은 이가 댈러웨이다.)이 아우성치거나, 밀란쿤데라의 연인들은 남은 13일의 시간 앞에서 좌절하며 침대 위에 아직도 식지 않은 몸을 누인 채로 호텔 천장을 보고 있다. 그런가 하면, 나쁜 교육을 받은 엔리케는 여전히 문에 기대어서 한숨을 푹푹 쉬고 있고, 잠시 고개를 돌리면 파리의 4월에는 난로에서 흑마술로 소환된 미래의 여인이 벌거벗은 채로 말을 더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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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머릿속을 좀 정리해야지. 내일은 외출해야 하는데, 또 오후 두 시나 되어서 일어나면 정말 심각하다. 언니가 ‘숙면’이라고 써져 있는 민트향의 허브티까지 줬는데, 마시고 나서 오히려 배탈만 나서 자다가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갑자기 챈들러가 보고 싶어서 프렌즈를 다운 받아 보다가, 사운드 오브 뮤직 O.S.T.가 40주년 기념으로 새로 나온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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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에서 챈들러가 꿈 이야기를 하는데, "I was there in the kitchen, and I'm naked. I was scared and look down to find that there is a phone. "there!"' 'instead of ... ?' 'Yes! People started to look at me.'라고. 꿈에서는 비현실적인 것들이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현실적으로 일어나는데, 카프카의 한 단편에서도 꿈꾸는 화자의 시선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비친 모습들이 전개된다. 누군가 죽었다고 하여서 급하게 달려갔더니, 사람들이 갑자기 그 죽은 자 옆에 누우라고 요구하고 주인공은 당연하다는 듯이 그 옆에 눕는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이상한 의식을 행하는데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내 머릿 속에서 흑마술사가 미래의 여인을 소환하든지, 내 방 침대에 히치하이커 연인들이 울고 있든지, 어쨌든 머릿속이라 다행이다.
<정신과의사를 위한 콩트>에서 소개된 열 가지 증상들 중에서 아홉 가지는 크거나 적거나 공감하고 있었고, 그 중에서도 세 가지는 '조심해야겠군.'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 였는데, 공감할 수 없던 나머지 한 가지는 자폐증이었다. 자폐증에 걸린 사람들이 보는 것은, 꿈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비현실적인 것들이 현실로 옮겨와 실현되는 것들이라고 한다. 책에서 소개된 사례의 사람은 끊임없이 음악을 듣고 방에서 나오질 않아서 나중에 이상하게 생각한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병원을 방문하게 되는데, 그가 음악을 계속 크게 들었던 것은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오기 때문이었다. 하나는 굵고 힘 있는 목소리였는데 '먹어!' '걸어가!'라고 그가 하는 행동마다 명령조로 이야기하는 남자였고, 그는 이 목소리가 들을 때면 공격적으로 변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를 공격적으로 만들고 반감을 주는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가늘고 부드러운 여자 목소리였는데 들을 때마다 소름이 끼쳤다고 한다. 여자는 그가 하는 행동을 3인칭으로 돌려서 말하곤 했다, 이렇게. "그는 밥을 먹는다." "그는 음악을 듣고 있다." 그리고는 가끔 자지러지게 웃는다. 만일 정말 내 주변에 저런 사람들이 서 있다면 아마도 무서워서 미쳐버리겠지. 꿈이니까, 상상이니까 괜찮은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