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말많은마리 070808
- 다락이 CC를 채택하게 된 배경

 창작물을 이용한 기존의 수익 모델

  창작자는 두 부류로 나눠볼 수 있다. 창작을 업으로 삼아 실질적으로 생계비를 버는 사람과, 단순히 놀이로서 즐기는 창작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 후자는 이윤 창출이 목적이 아니다. 그렇다면 만들면서 놀고 싶은 사람은 놀고, 돈을 벌고 싶은 사람은 벌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긍정적인 결론이 나오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렇게 되지 못 하고 있다. 5%의 창작자가 전 창작물 수익의 95%를 가져간다. 비율도 그렇지만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창작으로 돈을 버는 그룹과 즐기는 그룹 간의 유연한 순환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수익을 내는 쪽은 한 쪽으로 고착된다는 점이다.

  순환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창작의 판이 경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판이 경직되는 것은 재미로 창작을 하면서 동시에 그것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 된다는 뜻이다. 두 그룹 간의 순환이 유연한 경우에는 일본의 음반 시장을 이야기해볼 수 있다. 일본의 음악계는 인디의 활동이 활발하고 실력도 수준급이다. 음악 창작자가 평소에도 창작을 계속 하다가 대중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싱글 앨범을 낸다. 그리고 반응이 좋으면 정식 앨범으로 발매가 되며, 창작자는 이로부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와 같은 경우는 창작자가 창작물을 통해서 수익을 얻는 copyright의 전통적인 수익 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창작에 대한 관심이 실질적인 수익까지 유연하게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모델이 모든 문화적 환경에 알맞게 맞아 들어가는 경우는 없다. 한국의 경우에는 뮤지션의 앨범을 소장하는 것보다는 인터넷의 P2P 네트워크를 통해서 공유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음악과 영상의 경우가 모두 마찬가지이다. 이럴 경우에 공유하는 사람들은 모두 불법자가 되고 창작자는 자신의 창작물을 박탈 당하며 거기에서 아무런 수익도 낼 수 없게 된다. 만들고 싶은 사람은 만들고 보고 싶은 사람은 보는 것인데, 왜 여기서 창작자가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단순히 copyright의 수익 모델에만 기대어 이윤을 창출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Copyright의 개념이 처음에 서구에서 유래하였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그 틈새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다. 글로벌리제이션의 영향으로 많은 기준들이 국제화되고 있지만, 그 모든 기준들이 모든 문화권에서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되지만은 않는다.

  일례로 브라질에서는 카피라이트의 수익보다 공유를 하고 거기서 얻은 대중성을 전략적으로 이용하여 공연에서 얻는 수익이 더 많다. 관객들은 상품을 매장에서 직접 소비하지 않고 거리의 상인들에게 산다. 거리의 상인들은 창작자와 강한 유대를 갖고 있으며 매장에 나오지 않은 신곡을 관객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한다. 관객들은 이렇게 구입한 앨범을 통해서 뮤지션의 공연이 있을 때 참가할지를 결정한다. 브라질에서는 뮤지션의 공연이 매우 활발하게 일어나며 관객들은 현장에서 직접 정식 앨범을 구입하는데, 이것은 거리에서 판매되는 기존의 앨범과 다르게 구성되어 있으므로 높은 가격과 상관없이 많은 양이 판매된다.

  왜 서로 다른 경로를 통해서 창작물이 공유되는지에 대한 문화적인 설명은 이 글의 범위를 벗어난다. 다만 어떤 식으로든 사람들은 창작물을 공유하고 있으며, 그 방법과 형태가 다양해진 지금에 와서 단순히 합법과 불법으로 선을 긋고 통제하는 방식은 본래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점은 이야기할 수 있다. “우리는 창작자다!” 처음부터 아무런 흥미도 없이 돈 벌 작정으로 창작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없다. 하다 보면 재미있고, 재미있으니 계속 하고 싶고, 조금 더 잘 하면 그것으로 응당 돈을 벌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기존의 copyright는 어떠한 문화적 맥락에서는 좋은 쪽으로만 작동하지 않는다. Copyright는 한쪽으로는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또 한쪽으로는 거기에 만족하게 함으로써 창작자나 작품이 지닐 수 있는 잠재력을 더 좁은 범위에 가둬놓는다. 그래서 만들고 싶어하던 사람은 더 이상 만들지 못 하고 튕겨 나온다. 한국의 인디애니메이션도 이와 같은 선에 있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가장 무차별적이고 여러 형태로 변화무쌍한 ‘화폐’가 incentive로서 최고의 가치를 지닌다. 어디서든 물처럼 흐르고 있고 교환할 수 있으며 숫자가 높을수록 좋은 것이기 때문에 따로 가치환산에 골머리를 앓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가장 무난한 최선책인 돈을 통해서 창작물을 관리하고 창작자에게 그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copyright의 수익 모델이며, 이것은 아주 견고한 법 체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돈의 형태로 얻기 전에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동기는 사람 수만큼이나 천차만별이다. 브라질에서 창작자와 거리 상인 간의 유대는 단순히 수치적인 것만으로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다양한 동기에 의해서 사람들은 어떠한 것들을 추구하고 그렇기 때문에 자본이 도는 경로도 조금씩 달라진다. 이 흐름이 더욱 원활하게 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법과 같이 사후적으로 만들어진 체계의 역할이다.

  다락과 CC가 공유하는 물음

  copyright에서 보장하고자 하는 배타적인 권리를 무조건적으로 적용하다 보면, 단기적인 수익은 생길지라도 다른 사람들과 만들 수 있는 social connection의 즐거움을 앗아가는 일이 생긴다. 손에 쥐어지는 수익은 당장 창작을 생업으로 삼는 신진작가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그들의 작품은 딱 화폐가 지불되는 가치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만 활용되는 짧은 수명을 타고 난다.

  경제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것은 ‘market economy’다. 다른 한 편에는 최근에 들어서 개념화되기 시작한 ‘sharing economy’가 있다. 이것은 비가시적이며 사랑이나 우정처럼 그 가치를 제대로 측정하기도 힘들 뿐더러 가치 측정의 기준이 상황이나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얼핏 봐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이것은 시장 경제가 발달하기 훨씬 이전부터 존재하였고, 시장 경제를 가능하게 했던 원초적인 경제일 뿐만 아니라, 창작자들이 쉽게 간과하게 되는 점이다. 요약하자면 sharing economy는 태초부터 있었던 것을 market economy에 대립되는 가치로 개념화한 것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이미 있었다’는 사실이다.

  잣대가 하나인 평가는 나쁘다. ‘객관적이지 않다’나 ‘제한적이다’가 아니라 정말 ‘나쁘다.’ 그런 평가는 창작 의욕을 감퇴시키고 원래 바라던 것을 잊게 하며 작품과 작가의 가치를 한정 짓게 한다. Copyright의 한계는 여기서 나온다. Copyright는 창작자에게 단기적이고 금전적인 이익을 안정적인 방식으로 보장해준다는 점에서 앞서 보았듯이 매우 가치 있는 시스템이다. 누구도 창작자에게 이타적인 사람이 되라고 강요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copyright가 그 권리를 보장해주는 방법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서서 단순히 두 그룹으로 창작물을 나누고 불법에 낙인을 찍는 방식을 넘어서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그때부터는 오로지 ‘합법’과 ‘불법’ 두 부류에서 내가 하는 행동들이 어느 범주에 속하는 것인지 결정하는 일이 중요해진다. 이 때부터 우리는 즐거움을 잃는다. 애초에 법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만들고 싶은 사람이 있었고 놀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래서 축제를 만들었으며 어찌어찌하여 세련된 테크놀로지로 지금까지 신나게 놀고 있다. 법의 영역을 사뿐히 넘어서는 테크놀로지의 등장에 신나게 놀 수 있는 여유를 담보 잡고 불법으로 낙인 찍는 것이 맞는 일인가? 새로운 모델을 고안해야 하지 않을까? 돈도 안 되고 만든 작품은 자꾸 사장되어서 창작 의욕을 회의하게 만드는 시장에서 다락이 발견한 것은 이러한 빈틈이었다.

  제한적이나마 다락은 작은 시도였다. CC라는 단체와 우리가 고민을 공유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작업하고 있던 CC를 통해서 창작자들에게 좀더 쉽게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였다. 우리가 시도한 것은 모두 다 같이 즐겁게 놀고 굶어 죽자는 혹자의 비아냥거림과는 거리가 멀다. 다락은 빈틈을 가능성으로 보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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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u
잘 읽었음-
2007/07/29 19:12

너는 우수한 위치가 있는다!
2008/03/13 05:35

친구는 너의 위치의 현재 팬이 되었다!
2008/03/13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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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3 08:10

아주 재미있는 지점. 감사.
2008/03/1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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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4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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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3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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