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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 늘어간다. 그저 가만히 있다가 곰곰이 생각하고, 나름대로 애써 대답한 대답을 부정하며 집에 가는 길 내내 생각한다. 그러다 잊는다. 너무 어렵다. 많은 질문들이 너무 어렵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주변에 개성이 강한 친구 있나요?" 여기서 말하는 개성이 나는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겠다. "사회학과는 왜 가게요?" 이건 답이 없다. "무슨 음식 좋아해요?" 이런 것에는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데. 애호박, 감자, 버섯, 취나물, 시금치, 콩나물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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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시나봐요?" "네, 좋아해요." 그렇지만 잘 아는 것은 아니다. 좋아하지. 요즘엔 하도 매니아가 많아서 무엇이든 좋아하면 철썩 들러붙어서 그에 대해 줄줄 꿰는 정도는 되어야 '좋아한다'고 말 할 수 있나 보다. 한 영화를 너댓 번씩 반복해서 보는 나를 보면 가끔 '왜 본 걸 또 봐?' 묻는 친구도 있다. 그렇지만 material은 무한대라고, 무한대! 많이 자시는 게 다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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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너무 장시간 동안 타이핑을 한 결과 침대에 쓰러져서 잠이 들었는데 덕분에 오늘은 아침 일찍 깨었다. <염쟁이 유씨> 연극표를 예매하고 <리틀 칠드런>이 굉장히 보고 싶어서 서둘러 대학로에 갔다. 극장에는 나까지 대여섯명이 앉아 있었다. 토드 필드의 연출력에 감탄, 감탄, 감탄. 아, 세상에나. 영화의 리뷰를 샅샅이 뒤졌는데 필름2 말고는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저런 리뷰들이 넘쳐난다지만 정말 보고 싶은 작품들에는 없는 것 같다. 홍보문구랑 포스터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아! 속상하단 말이다, 속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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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올 것 같아서 다른 곳에 들르지 않고 일찍 집에 돌아오니
아쿠와
서울에게 편지가 와 있다. 귀여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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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를 하고 있는데 신기한 경험을 했다. 갑자기 친구에게 문자가 왔다. 내일 시간이 되냐고 묻길래 저녁 전까지는 된다고 답을 하고는 야닌에게 급하게 문자를 보내어 내일 저녁 몇 시에 볼지를 물었다. 그런데 아파서 그만 몸져눕는 바람에 부득이하게 월요일로 약속을 미루게 되었다. 그 사이에게 김탕이 나와 보고 싶은 영화가 생겼단다. 그래서 리틀 칠드런 보고 왔는데 재미있더군요, 하고는 약속을 잡았다. 그런데 느닷없이 친구가 기차 타고 어디 좀 가잔다. 혼자 다니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가 본데 내가 생각났다길래 뭐 오랜만에 기차도 타볼 겸 오케이 했다. 한참 문자를 하다가 쓰고 있던 편지의 맥락이 끊겨버려서 펜을 놓고서는 스케쥴러를 열었는데, 약속을 세 개나 적어놓고서는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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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해서 모두에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특히나 내 마음에 들 경우에 호감을 사는 것이 있다. 밥 먹을 때의 입 모양, 목소리의 톤이나 고저, 단어 사용, 고갯짓 등등. 제스처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면 단박에 호감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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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있으면 너무나 답답한 사람들이 있다. 자신이 어디서 보거나 들은 것을 기준으로 무엇에 대해 판단하는 것. 성공 서적에 나온 인물들이 정말 다 그렇게 살았을 거라고 순진하게 믿는 것. 뉴스를 보고는 서슴 없이 욕해대는 것. 뉴스에는 A가 할머니의 콩나물국을 좋아하고 B는 반에서 친구들에게 인기 있는 만화작가였다거나 하는 사실들은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사람을 대할 때 항상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고 시작해야 한다고. 나 역시도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에게는 온몸으로 틱틱대기도 하는 성미라 버릇 없이 굴 때가 많지만, 그래도 잘 모르는 사람에 대해서 비판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인신공격에 힘 쏟는 모습을 보면 내가 다 불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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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설마 여자친구는 아니겠지? 하하하"
동성애 희화화하지마. 하나도 안 웃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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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이라는 단어를 즐겨 사용하는 이유.
1. 어감이 좋다. 단어가 예쁘다. 마구 사랑스럽다.
2. 다른 사람에게 애인이 있냐고 물어본 적은 거의 없지만, 혹시라도 물어보게 될 경우에 당연히 '남자친구 있어요?'가 될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