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te Moss를 사랑한다고, 그는 꺼질 듯한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잠들어 있는 Kate의 머리칼에 살며시 손가락을 넣었던 것처럼, 자신을 멀리 두고 잠들어 있는 그녀의 내면에 작고 가느다란 목소리로 호소하는 것이다. 다음은 계단을 오르는 부분이다. 나는 특히 저 부분이 좋다. 계단을 오르던 그가, 마치 그녀에 대해서는 계단을 오른 만큼 홀가분해진 것처럼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벽에 머리를 기대어 금세 눈을 감을 듯하다. ‘그래, 이제 이 정도 올라왔으면 됐어.’라며 숨을 고른다. 가지런한 그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겠지. 그리고 눈썹 끝에 미처 빠지지 않은 마지막 힘이 작은 주름을 만들며 이제껏 그가 지어보였던 간절한 표정이, 그녀를 그리던 시간의 흔적이, 한 때 그곳에 머문 적이 있었다고 말한다. 얇은 꼬리를 가진 그의 눈썹은 잘 빠진 여인의 허리선처럼 풍성한 초승달 모양이다. 눈썹 위로 새침하게 부는 미풍에 시원한 이마가 드러나고, 얇게 드러난 턱선만큼 가냘픈 머리칼 몇 가닥은 그 위를 서성이며, 미풍은 그 이마 위에 쉬어가겠지. 잠들기 전의 기도처럼 다시 한 번, ‘Kate Moss,' 벽에 햇볕이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