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말많은마리 070808
고맙습니다 에 해당하는 글 : 1 개
하나.

by pengrin CC BY-NC

“영화제 잘 되었다! 다행이야.”

폐막식에 온 이들은 위로하듯이 말을 건넸다. 사람들은 영화제에 관해서 내게 위로한 적 없었지만 나는 그들이 나를 위로하려 한다고 생각했다. 내 안에서 다락은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애초에 ‘성공’이라는 것의 모호함이 줄 패배감을 예방하기 위해서 기획서에 꼬박꼬박 써놓았다. 예상 관객 수와 목표 등등. 이렇게 쓰고 이만큼 하면 다들 성공했다고 만족할까? 이 정도면 돈을 주겠다고 할까? 이 정도면 할 수 있어! …… 우리가 그 정도는 한 것 같다. 사운드트랙페스티벌을 제외하고.

그렇지만 그런 것을 다 떠나서 내게 다락의 네트워킹은 실패였다.

이건 결코 사람들이 실패라는 말이 아니다. 다락 사람들은 다들 졸다가 놀란 별들처럼 깜짝깜짝 하면서 저마다 열심히도 돌고 있었다. 다락이라는 은하계를 만들어서 그 별들에 이름을 붙이고 애정을 쏟기 시작했다. 많은 궤도들이 일그러지고 없어지고 생기고 했다. 각자 한 바퀴 도는 데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수분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바오밥나무가 별을 먹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잠은 충분히 자면서 적당히 수상하고 괴상한 꿈을 꾸고는 있는지 가끔 들여다보았다.

각자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이었지만 태양은 없었다. 어느 별도 신이 아니었다. 우주를 헤쳐가며 상대에게 다가가는 수밖에 없었다. 은하계 안에서 같이 휘둘리면서 “이봐, 여기 좀 봐줘!”라고 소리치거나 “젠장, 난 이 판에서 숨어버리고 싶어.”라고 불평하는 소리가 들렸다. 몇몇은 모른 척 했고, 동조하기도 했으며 누구는 왈칵 눈물을 쏟았다. "어떻게 네가 그럴 수 있어!" 물론 말은 못 했지만 말이다. 다들 몸 담고 있는 은하계도 몇 개씩 되어서 한참을 사라졌다가 ‘옆 동네에 다녀왔어.’라며 머리를 긁적이기도 했다. 아예 태어나지도 않은 것처럼 빛을 죽이고 숨어있다가 얼굴이 흙빛이 되어 나타난 적도 있었다.

둘.


by pengrin CC BY-NC

다락 안에서 나는 무엇이었을까?

독촉하는 여자!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무서운 여자! 화내는 여자! 머리에 안테나를 달고서는 혼자 바쁜 척 다 해가며 정색하는, 시린 궁둥이를 뒤쪽에 숨기고 예쁜 풀만 골라서 보여주려고 했던 못생긴 별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모습이 2회 다락 안의 내게 더 맞는 이미지가 되었는지도. 마땅히 있어야 하는 서운함과 분노들이 겉으로 나타나지 않아서 불안했다. 질문은 이랬다. ‘건강한 걸까?’

나는 내내 꽁해 있었다. 시린 궁둥짝을 벌벌 떨면서도 웃는 얼굴로 숨어있는 별들을 찾아 다니다가 스스로 궁둥이 뒤로 숨어버린 날도 있었다. 독촉 받는 심정으로 독촉했다. 이제 조금 따뜻해지겠거니, 생각하면 어김 없이 블랙홀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구멍이라는 말을 자주 썼다. ‘또 구멍이군.’ ‘우린 홍보가 완전 구멍이야!’ '젠장, 주머니에 구멍 났군.' 아무 것도 움직이지 않는데 하늘에서 상영작이 떨어질 리가 없었다. ‘영화제’라는 이름이 마술을 부려주지도 않았다.

나는 착해 보이고 싶었다. 다른 사람도 그랬을 것이다. 모두들 착하고 싶었다. 그래서 말을 더듬더듬했고, 무슨 일이 있어도 괜찮다고 했다. 피곤과 불안이 가득한 눈으로, 마음은 하기 싫어 죽겠는데, 조금 늦는다고 기다리라고 했다. 기다리던 이들은 먹을 것을 한 무더기 안겨주며 화를 내기는커녕 ‘밥은 먹었어?’라고 걱정스럽게 물었다.

셋.

by pengrin CC BY-NC

“연습이 부족했다.”

멀리 사는 그대를 만나서 짧은 시간 동안 감히 화를 낼 수도 없었다. 인생의 다른 바쁜 일이 있을 텐데, 즐겁게 놀자고 해놓고서는 ‘놀이’인 주제에 무언가를 강요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연습하기를 그만두고 항상 그만그만한 지점에서 눈치만 주었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는데 서로 눈칫밥을 먹었다. 배부른 이는 그만 먹고 싶다며 또 다시 사라졌다. 그러면 다들 어깨를 으쓱하며 ‘저 친구는 배가 불렀군!’이라는 말만 할 수밖에.

‘놀이’인 주제에 돈이 필요하다고 후원을 받고, ‘놀이’인 주제에 어깨에 힘이 들어갔고, ‘놀이’인 주제에 놀이이고 싶어했다. 불명확한 지점에서 나는 발을 헛디디고 넘어지고 버둥거렸다. 그 때마다 도와준 이들이 실망할까 봐 조마조마했다. 애써 만들어놓은 다락이 없던 일이 될까 봐 조심스러웠다. 이 불안정한 기류가 나를, 그리고 어쩌면 ‘우리’를 미안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누구도 미안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더욱 미칠 것 같았던 미안함이다.

넷.

by pengrin CC BY-NC

은유놀이는 이쯤에서 그만. 미안하고 쑥스러워서 에둘러 말하려던 것을 이 정도면 충분히 말한 것 같다. 작게, 편안하게, 심플하게 놀기 위해서는 좀더 단단하고 분명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고 지금 생각한다. 열정만으로만 어설프게 엮어놓은 기획이었기 때문에 부족했던 만큼 사랑도 많이 받았다. 그렇지만 과한 욕심 때문에 감당할 수 없는 체념을 겪는 일은 괴로웠다. 모호한 심정 때문에 되려 빈 목소리만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회의하기도 하고.

물론 즐거운 일도 많았다. 이건 변명이 아니다. 배운 것도 많았다. 물질적으로 말해보자면 여기저기 흩뿌리고 다닌 다락 관련 파일이 내 컴퓨터에는 어림잡아 폴더 열 개, 파일 수백 개 정도가 된다. 메일도 300통을 가뿐히 넘긴다. 만난 사람과 얻은 것들은 내 인생을 바꿔놓을 정도로 막대하다. 다락은 끝나도 인연은 계속된다. 해멍과 나는 여행을 가고, 동네주민 더링과는 공포영화를 볼 것이고, 야닌과는 잡지를 만든다.

다른 프로젝트가 하고 싶을 때면 언제든 전화해서 ‘같이 할래?’라고 물어볼 수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한 무더기가 되었다. 가끔씩 ‘잘 지내고 있니?’라고 물어보기도 하고 밥도 먹고 포옹도 하겠지. 끝까지 둘러둘러 말하면서 냉소적일 수밖에 없는 지금의 나에게 따뜻하게 대해주는 그대들도 고맙다. 조금 촌스럽지만 ‘그대’라는 말은 이 때 쓰려고 아껴뒀는 걸, 뭐. 다른 곳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기를. ^^

3회의 다락이 있을까? 그건 나도 궁금하다.


+ 3회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나요? 숫자에 대해 궁금하다면 언제든 연락을! fantamari앳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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