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말많은마리 070808
고민 에 해당하는 글 : 18 개
2007/05/24 :: 만두 털폭풍 (17)
2007/04/18 :: 네가 하는 말이니까 (10)
2007/04/11 :: 대답버전 (19)
2007/03/27 :: 사랑의 편지 (20)
2007/02/15 :: 여자여자여자 (19)
2007/01/23 :: 두 다리는 건강하다 (19)
2006/12/09 :: 문제는 감수성이다 (17)
2006/11/26 :: metaphor (23)
2006/10/17 :: three of cups (23)
집에 오면 항상 뭐든 끝까지 하지 못 하고 잠들어버리는데, 그 이유는 대개 어디 진득하게 앉아있을 곳이 없기 때문이다. 천소파에 앉으면 열에 아홉은 드러누워서 결국은 자게 되고 침대에 앉아있자니 허리가 아파서 옆으로 누워서 책 보다가 또 자게 된다. 거실에 엎드려 있으면 잠시 뒤에 어깨가 결려서 엎드린 채로 기지개 펴다가 코 박고 그대로 잔다.

내 더러운 책상 위의 오브제들을 구석에 몰아놓고 유용하게 쓰던 시절이 있었는데 고등학생이라 나보다 책상을 많이 쓰는 동생이 스탠드를 가져갔다. 그래서 이제는 오브제들을 몰아놓아도 의자에 앉으면 내 머리통 그림자가 책을 가리어 눈에 심히 핏대를 세우며 무리를 해야하는 상황이다. 결국 책상에서 책 보는 것은 밝은 낮이나 가능한데, 낮에 나는 집에 없다.

그래서 오늘도 집 안에서 허위허위 떠돌다가 천소파에 정착. 집 안에서 나의 동선은 정해져있다. 앉자마자 또 다시 어머니의 잔소리 시작. 엄마는 내 눈썹이 온 힘을 다 하여 집중하려는 것을 빤히 보면서도 반경 5m 이내에 내가 있으면 무조건 방백 모드다. 나, 참 이거. 들으라고 하지도 않으면서 못 들었다고 하면 왜 또 남의 말을 우습게 아냐고 말씀하신다. 이럴 때는 정말곤란하다. 그런데 오늘은 엄마한테 미안하다.

얼마 전부터 계속 기침이 심해지고 코가 간질거려 수업 시간에 걸핏하면 나무 하던 젊은이 도시락 까먹다 사래 들린 버전으로 우렁찬 재채기를 내뱉었다. 이게 왜 그런가 설마설마 했더니 저번에 어느 날밤, 해가 지고 나서 모니터 빛을 받아 반짝이며 공기를 타고 있던 만두의 그 털 때문이 맞나보다. 영화 보다가 흠칫해서 순간 두턱 되었다. 엄마도 계속 재채기에 기침에 콜록거리시며 불평을 하신다.

원래 이렇게 심하지 않았는데 만두야 너 왜그러니. 오늘 만두 밥, 내 밥(버거킹 와퍼주니어세트) 이렇게 두 봉지를 양손에 딸랑거리며 집에 왔는데 밥 먹고 또 털 날리니. 너 왜 그러니. 다랑어캔 바닥까지 핥아먹고 옆에 쌓아둔 옷감 위에 오줌은 왜 싸는 거니. 오줌 싸는 것도 모자라서 왜 털 날리니. 네가 의도적으로 날리는 거니. 겨울에 안 갈던 털을 이제 가는 거니. 아아 원망스럽다.

동물 키우는 것은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 이러다가 나 알르레기라도 걸리면 좋아하는 강아지 한 번 쓰다듬을 때마다 흠칫거리며 손을 내밀어야 하는걸까. 동물을 좋아하는데 동물 털에 알르레기 걸리면 이건 또 무슨 고통인가. 역시 만두도 내게는 함께 사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가 그렇게 사는 모습을 지켜보며 좋아해야 할 생물이었을까. 속상하지만 이제는 속상할 기운도 없어 애초에 분양받았던 분에게메일을 썼다. 긍정적인 답이 왔으면 좋겠다. 아쉽지만 안녕해야할 때라면 안녕해야지.

만두 너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너는 동물이라 못 알아들었겠지? 나는 인간의 귀로 단어 하나하나 감수하느라 이제 이별조차 슬프지 않다. 언니가 미쳐서 동그랗게 눈 뜨고 소리 지를 때 애써 덤덤한 척 모니터 보는 동안 뒷덜미는 후덜덜 했었지. 근데 너 그러면 안 되는 거야. 내가 화장실도 치워주는데, 고양이는 깔끔한 동물이라는데 너는 왜 그러는 거야? 밉다.
2007-1 나임윤경 성평등리더십의이해와실천

“네가 하는 말이니까.”

0620916 조지은


군대에 있는 애인이 내가 쓰는 단어들이 어려워졌다고 한다. 함께 언어를 다듬는 작업을 할 시간이 없어지고 보니, 가끔 만날 때마다내가 쓰는 말들이 부담으로 느껴졌나 보다. 날것을 익혀서 충분히 몸으로 소화해내면 여러 가지 은유를 통해 세련된 언어를 구사하는것이 가능한데, 나는 지금 날것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기에도 벅차다. 일단은 내 언어를 만들어놓고 나중에 다듬어서 써야지, 라고생각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세상살이는 그렇게 만만치가 않다. 만드는 것과 다듬는 작업이 분리될 수 없고 함께 평생을 가야 하는작업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은근히 ‘아직 어리니까’라는 핑계로 번역을 유보해왔던 것이다. 더군다나 가까운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는단어를 풀기보다는 좀더 말을 많이 하게 되더라도 일단은 신경 안 쓰고 생각나는 것을 뱉어내는 타입인지라, 문어체가 섞인 말들을의도치 않게 많이 섞어 쓴 모양이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현학적으로 비춰지는 것은 끔찍하다. 속상하다. 그 뒤로 “나 이제 3일동안은 -ism에 관련된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겠으!”라고 다짐했지만 웬 걸, 채 이틀도 가지 않아서 버럭 화를 낼 일이 생기고말았다.

영상콘텐츠 관련하여 기획서를 작성하는 수업시간이었다. 담당 과목 선생님께서 상업영화계의 PD로 맹활약하시고 계신분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강의는 상업적 마인드가 짙게 깔려 있어 나까지 긴장될 정도이다. 수업시간에 하는 이야기들도 주로 어떻게하면 영상을 멋지고 잘 팔리게 만들 것인가, 에 관련되어 있는데 미디어를 통한 소통이나 성찰과는 거리가 멀다. ‘문화번역’과는거리가 먼 것이다. 팀별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어느 팀에서 ‘동성애’를 소재로 선택했다고 한다. 겉보기에 자극적인 소재들만선택되는 것도 한국의 공중파에서 생산해내는 다큐멘터리의 시각과 하등 다를 바가 없어 보여 안타까웠지만, 접근할 때 시각을 어떻게취하느냐에 따라서 완전 다른 콘텐츠가 생산될 것이기 때문에 팀별 PT에 약간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또 이게 웬 걸.

“남자 넷인 조에서 왜 하필이면 레즈비언을 할 생각을 했어요?”
“저희가 다 게이라서요.”
‘설마 저게 농담?’
“아, 그게 아니라 게이하면 저희 좋다고 쫓아올까봐 무서워서요.”(웃음)

괄호 열고 웃음, 에 주목하시라. 이런 변이 다 있나. 아무리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라지만 저 아득한 밑에서부터분노를 끌어올리는 말을 ‘농담’이랍시고 던져대는 폭력성에 치가 떨리는 것은 당연했다. 버럭 소리를 질러 놓고는 손을 부들거리면서공책에 한바닥을 휘갈겨 써서 비아냥대고 싶은 마음을 대신했다. 글씨체의 불안정한 선이 아직도 펼쳐보면 선명하다. 다큐멘터리를찍는 자의 자세가 저렇다니. ‘대상’을 원하면 자연 다큐를 찍으세요!! 어쩌고 저쩌고. 수업을 마치고 위당관에서 중도까지내려오는데 독수리약국에 가서도 흥분이 가라앉지를 않아서 목소리는 엄청 커지고 말투는 더 거칠어지고 손은 좌우에서 허둥댔다. 전에이처럼 화가 난 적이 한 번 있었는데, 그 때와 마찬가지로 밤에 집에 오니 그 기운이 내 안으로 뻗치기 시작했다. 사람에 대한실망에, 과연 공존이라는 게 가능한지, 내가 이런 세상에서 정말 행복하게 살 수는 있는 건지 온갖 것에 대한 회의감이 자정을틈타 물밀 듯이 들어왔다. 과제고 뭐고 집중이 안 되어서 다 제쳐놓고 누워서 생각만 하다가 자버렸다.

그런데 하루 정도가 지나고 나자 또 화를 냈군, 이라는 생각과 함께 내가 뭘 한 거지, 라는 속상한 마음이슬며시 고개를 쳐들더니 이내 내 기운을 빼앗아버렸다. 내가 화를 내면 일절 소통의 가능성을 막아버리는 건데. 그러면 저사람들에게 ‘또라이,’ ‘왜 저래?’라는 인상 말고 다른 무언가를 줄 수 있을까? 내가 바라는 것은 그게 아니잖아. 내가그들에게 뭔가 할 수 있을까? 뭔가 나눌 수 있을까? 가깝게 느껴지는 사람이 하는 얘기가 교수님 한 마디보다 더 절절하게 와닿는법인데, 화를 내지 말고 다른 지점에서 인연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정말 뭔가 소통하기 위해서는 그 배경에 더 많은 말들이필요한 건데 이런 식으로 화를 내고 돌아서는 건 너무 멍청하잖아, 유연하지도 못 하고.

나임은 조금 다른 뜻으로 해석했지만, 내 생각에 조한이 말한 ‘공략하기보다 낙후시켜라’는 적의 언어를 배우는것이다. (‘적’은 비유적인 의미로 읽자, 누구든 단 한 사람에 대해서조차 적과 아군으로 딱 가를 수는 없으니까.) 누군가물었을 때 부모양성을 쓰는 것에 대해서는 당연히 친절하게 설명해줘야지, 이쪽에서 ‘너 그거 몰랐어?’라고 말해봤자 아쉬운 건이쪽이다. 낙후시키는 것은 그런 뜻이 아니다. 정작 소리치는 쪽은 이쪽이고 안 들어도 세상 편하게 사는 쪽은 저쪽인데, 왜이쪽에서 언어를 다듬지 않는 건지? 그건 똑똑하지 못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내가 촌스럽고 거친 사람이라서 아직 화를내는 수준에서밖에 대응할 수 없는 거라고 자책한다.

이런 생각이 나 스스로에게 꽤 상처를 내고 있었던 건지, 갈수록 화가 안으로 뻗어서 실망할 일이 많아진다.감정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내가 바라는 것은 그게 아니니까, 서로 모순되는 지점이 있는 것이다. 지난 일주일 정도를이러한 고민 때문에 몸까지 아파 와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생각해? 화를 내면 소통이 차단되고이미 내가 그 사람에게 ‘또라이’가 되잖아. 그럼 참따랗게 말하고 싶은 바가 전달되지 않잖아. 내 화풀이 하는 것 밖에 더 해?…….” 더듬거리며 말을 제대로 하지도 못했는데, 잘 들어주고 진지하게 답변해준 고마운 인연들, 화를 내는 것 자체도 소통의 한방법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인들에게 고민을 이야기하면 동생은 함께 만화책을 빌리러 가자고 하고, 친구는 밥 먹자고 하고, 엄마는 쇼핑하러가자고 한다. 누구는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고 사진도 보여주고 아니면 촉촉한 눈으로 내 속까지 꿰뚫어보는 것처럼 날 지그시응시하는 것으로 천 마디 말을 대신하기도 한다.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나를 위로하는 것이다. 또 누군가는 걱정된나머지 나에게 오히려 큰소리로 화를 내기도 한다. 그것도 한 방식이다. 화가 나서 낼 수밖에 없다면 화를 내야 하는 것 아닌가?뭐 당연한 것을 이야기하느냐고 누군가 말한다면, 단순히 아는 것과 맥락 속에서 재발견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에 지금 나에게는 항상전에 알던 것도 새롭고 소중하게 읽힌다고 대답하고 싶다. S가 내게 이런 말을 해줬다.

‘화가 나면 화를 내. 그 시기를 살아봐야 전환이 올 수도 있지. 머리로만 안 되는 건데 널 자책하면 생채기만나지 않니? 또라이라고 보일까봐 걱정이 되면, 정말 화끈하게 또라이가 되어 봐. 막 화도 내고.’ 한결 마음이 누그러진 것같다.

그래도 여전히 세련된 언어에 대한 열망 같은 것이 단단하게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기는 하다. 왜냐하면 그것이‘번역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록 자신을 그렇게 의식하는 사람은 드물지라도, 모든 사람은 ‘문화번역자’다. 나도 한국어번역을 한다. 화를 내기도 하고 묻기도 하고 설명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에 설명을 하는 것은 좋은 말을 들었구나,이상으로 그에게 영향을 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잔상이 남지 않는다는 말이다. 반면에 은유와 일상어가 지닌 힘은 다른 어떤말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고 솔직하다. 나름대로 화도 여러 방식으로 번역해보면, 얼굴 찌푸리지 않고 또 다른 인연의 시작이 되도록잘 내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자, 지은아 머리도 좀 굴리고 말도 계속 해보자. 적으로 마구 몰아붙이지만 않는다면 화내는 것도좋다. 그럼 누군가는 이렇게 말해주겠지? “네가 하는 말이니까 생각해볼게.”

지금 내가 답할 수 있는 질문들

사회과학계열 2학년 0620916

지은

1. 네 이름이 무엇이냐?

내 호적상 이름은 조지은. 보통은 성을 붙이지 않고 지은, 이라는 형태로 많이 쓰고 양성을 쓸 경우에는 조백지은으로 쓴다. 제일 많이 불리는 이름은 마리. 친구들은 대부분 나를 마리라고 부른다.

2. 네 최대 관심사는?

잘 먹고 잘 살기. 들꽃처럼 살다 갈 한 인생,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보낼 지가 내 최대 관심사다. 그래서 나를 좀더 알고 싶다. 예전에는 나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고, 이후에는 부족하다고 싫어했으며, 나에게 관심을 갖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신기한 것은 나에 대해 관심을 가질수록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 또한 많아진다는 것. ‘를 더 확장된 개념으로 보게 되니 소통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는 것 같다. 매 시기마다 그 때 나의 관심을 끄는 태그들이 머릿속 태그구름에 있는데, ‘소통이란 단어는 일 년이 넘어도 (아마 평생)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3. 너는 너를 좋아하냐?

예전보다는 많이 솔직하고 너그러워진 것 같아서 지금은 꽤 좋아한다. 가끔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사고 치는 경우가 있어서 속상하지만, 도망치지 않고 뒷수습을 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곧잘 화가 풀리고는 한다. 가끔 울컥 해서 화가 치밀면 엄청 딱딱한 말투로 상대방에게 마구 쏘아대는 때가 있어서 매번 후회를 하는데, 상대방에게 무언가 강요하는 분위기를 풍기는 것 같은 면은 싫기도 하고 좋기도 하다.

4. 사는 이유가 무엇이냐?

일단은 태어나서 살았고, 사는이유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된 것은 조금 나이가 든 다음이었다. 신경림갈대를 읽고는 진지한 고민에 들어갔다. 입시 때문에 고민이 오래 가지 않았다.그 이후에는 성공해서 엄마를 호강시켜 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살았다. 뭔가 거대 담론에 매여있었고, 이타적이고 희생적인 삶을 살아야 빛나는 삶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십대 시절에 비장했던 내가 불쌍하고 안타깝다. 관심을 나에게로 돌리고 대화를 시작하면서부터 많이 변화하였다. 살게 되는 이유는 공부하고 싶은 것, 읽고 싶은 책, 그리고 앞으로 만나게 될 그 무수한 많은 인연들 덕분에 아직도 두근거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인간이 존엄하다는 말 같은 것은 믿지 않는다.

5. 공부는 왜 하니?

더 자유로워졌다. 공부를하면서 점점 더 가볍게 살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서 즐겁다. 공부를 많이 해서 더 무거워지는 사람, 닫히고 속박되는 사람은 책을 덮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보와 책, 공부할 것은 무한대이다. 아는 척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밥 먹고 숨 쉬고 잠 자듯이 즐겁게 책 읽고 공부한다. 호기심.

6. 요즘 가장 마음 쓰고 있는 것은?

인디애니영화제 다락, 학교생활. 학교를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작년에 많이 소홀했다. 올해는 좋은 수업을 많이 듣게 되어서 학교에 애정이 생겼다. 캠퍼스에아는 사람들의 얼굴도 늘었다. 무책임한 것과 자유로운 것은 다르니까, 가끔은 지나치게 게으른 나를 달래느라 요플레도 사주고 맥주도 사주면서 좀더 성실하기 위해 노력한다. 다락은 기획하고 있는 영화제인데 거의 매일마다 일이 터져서 요즘 잔뜩 긴장했다. 오픈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과연 될까, 그 많은 감독님들을 실망시키는 것은 아닐까, 처음에 우리가 뭘 하려고 했던 것인지 잊어버린 것은 아닌가 등등 수많은 질문을 내게 던지고 있다. 다락에서 사람에 대해 배우고 소통하기를 연습하고 아이디어를 기획해서 실제로 만들어내는 놀이가 얼마나 즐거운것인지, 오랫동안 입시 때문에 잊고 있던 그 즐거움을 다시 살릴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요즘 학교 과제가 밀려서 통 글을 쓰지 못해 의식적으로 조금씩이나마 쓰려고 노력하는데, 한창 학교의 책만 읽을 때에는 자꾸만 단어가 각박하고 빈곤해져서 얼마 전에는 견디다 못해 자다가 벌떡 일어나 소설책을 펴 들었다. 내 언어가 사라지는 것은 언제고 제일 끔찍한 일이다.

7. 요즘 고민하고 있는 것은?

재정적인 문제. 즐길수 있을 정도의 가난과 더불어 살아야지. 생업으로는 무엇을 하게 될까.일과 놀이는 분리하고 싶지 않다. 과연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책들과 공부하고 있는 것들을 제대로 소화하고 있는 것인가. 무엇을 할까, 무엇을 할까. 영화제 이후에는, 학기 이후에는 무엇을 할까.

8. 무슨 음식 좋아하냐?

애호박, 계란국, 미역국, 호박죽, K가만들어주는 햄버거, 오이 약고추장에 찍어 먹기.

9. 어떤 삶을 살고 싶어? 그러기 위해서 뭘 하고 있지?

미루지 않는 삶. 존재하는삶. 열려 있는 삶. 그러기 위해서 기존의 분할된 시간 개념이 아니라 상대적 시간 개념을 갖고 살려고 노력한다. 내가 만족스럽게 하루를 꾸미기 위해서, 왜 지금 여기에 있어야 하며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원점으로 돌아가서 묻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이야기꾼이 되고 싶다. 예전에 인문학은 던져놓기만 하고 사회과학은대안을 제시하는 학문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막상 대학에 들어오고 보니 그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모두가 나름대로 자신의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사회과학은 통계에 좀더 기대있는 것이다. 나는 통계를 믿지 않는다. 그러나 인문학과 이야기에 기댄다. 내가 느끼기에 좋고 뿌듯하여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은 최소한의 정직을 지키고 싶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일을 하며 살 것이다. 지금은 계속해서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것을 연습하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철학자들의 책을 접하고 이야기하면서. 어차피 완벽하게 전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최소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구성을 통해 이미지, 스타일을 제시하는 정도가 아닐까 한다. 그래서 세련되게 이야기하는 법을 연습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 듣는 연습을 하고 있다. 생각하고 고민하고 물어본다. 낯을 가리는 편이라서고생을 많이 했는데, 낯 가리기에는 좋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영화제 기획을 하면서 깨닫고는 살갑고 세련된 방법으로 다가가는 연습도 많이 하여서 친구 사귀는 일에 있어 더 능동적으로 변하게 된 것 같다.

10. 갖고 싶은 것 있니?

예전에는 그런 것 하나도 없었는데 요즘 생겼다. 물질적인 것은 아이팟 나노와 좋은 헤드폰이 갖고 싶다. 빨간 댄스슈즈를 신고 라틴댄스도 추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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