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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17 :: 그럴 수도 있지 (16)
저번에 한 번은 카페에서 수선을 떨면서 쿠키를 구웠던 적이 있는데,
강력분과 박력분의 비율을 바꿔서 넣는 바람에 오븐 안에서 줄줄 흘러내리던 반죽들을 보며
이를 어째, 이를 어째 발을 동동 굴렀다. 게다가 그 시덥잖은 쿠키들을 꺼내느라 손가락까지 데어버렸는데
"나 이거 잘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해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생색내기도 참 뭣해서 혼자 징징대고 있었다.
겉살이 물렁해지더니 그 안에 물이 차서 물집이 부풀어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묘하게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 열심히 구웠는데 진짜 이렇게 망쳐버릴 수도 있는 거지.
쿠키 마음이야 쿠키 마음. 꼭 내 맘대로 구워지란 법이 있나?'

플래너에 써놓은 말들이 삶의 순간들을 예언하는 것이 아니고
꼭 레시피대로 무언가 만들어져야 하는 것도 아닌데, 나는 너무나 자주 거기에 없는 것들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전에 만들었던 예쁘고 촉촉한 초코쿠키에게 고마운 마음 없이 언제나 레시피대로 나왔음에 당연하게 여겼다.
그렇지만 정말, 삶은 제멋대로이고 알 수 없을 때도 있는 거니까
내가 호언장담을 했더라도 박력분 30g에 초코쿠키가 무장해제 당할 일도 생긴다.
그럼 '아하하!'라며 웃어주면 쿠키도 같이 웃는다.

올해도 많이 웃는 한 해 되시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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