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말많은마리 070808
다자이 오사무 에 해당하는 글 : 1 개
2007/04/08 :: 7년 4월 7일 낙서 (22)
나 왜 이리 삐죽거리냐.

점심 때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계속 해서 읽었다. 이 입담 봐라, 입담 봐. 이 아저씨 이거, 자기 이야기를 쓰는 것처럼 이렇게 써 놓다니, 가슴 아프게. 이것을 쓰고 일 년 뒤에 자살에 ‘성공’했다는 말인가. 마음이 약하고 무뎌서 이 세상에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심성을 지닌 사람. ‘천사 같았어요.’ 그러나 내면으로는 그 모든 것을 조소하고 인간을 두려워하고 벌벌 떨면서도 자기 생의 에너지에 자신이 휘둘리는 사람. 그렇게 가버린 사람. 광나루로 오가는 길에 지하철 역에서 남은 부분을 읽고 나서 유다를 변명해주는 직소도 인상 깊게 읽었다.

예수가 성 안에 들어가서 상인들을 내치는 장면은 동양철학 시간에 처음 듣고 나서 이만우 강사님도 쇼였다고 언급하시더니 여기서도 나오는 구나. 동양철학 시간에는 이러다가 나왔다. "예수가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나? 그는 신격화되었다. 기독교인 학생이 있으면 말해봐라, 예수가 화를 낸 적이 있나?" 그러자 여러 명이 발끈해서 손을 들었는데, "있습니다!" "언제?" "저, 그게, 성에 들어갈 때 화를 내셨다고 성경에 나와 있습니다." "왜 화를 냈는데?" 조금 더 작은 목소리로, "그 앞에서 장사한다고 ..." "아니, 그런 것 갖고 쪼잔하게 화를 냈단 말이야?"

하하하, 다자이가 말하는 유다의 목소리로 사랑과 증오와 그 쩨쩨한 이기심, 비굴함, 배반 당한 감정들이 알알이 굴러 나오는데 충직한 머슴이 배신 당하고 씩씩거리는 듯 콧김을 뿜다가도 사모의 정을 이야기할 때는 이제 막 피어나는 꽃 처녀의 그 수줍음과 순수한 동경심마저 묻어 나왔다. 다자이의 글을 읽다 보면 끊임없이 순수에 대한 갈망이 나온다. 애초에 지주의 교양 있는 막내 아들로 자라나 ‘돈 많은 나는 죽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컸으니 그럴 만도 하지만, 이렇게 되면 서울에게 책을 빌려주기가 쪼까 거시기한데.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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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생신이었는데 잊고 있었다. 점심 때는 그래서 오리고기를 자셨다. 내가 할 줄 아는 게 뭐가 있나 생각을 해보니 그림 그리는 것과 글 쓰는 것 밖에 엄마에게 선물해 줄 것이 없었다. 그래서 엄마에게 글을 써주고 싶은데, 조만간 완성할 수 있을까 걱정이다. 오늘 내가 뭘 하느라고 그 많은 일들이 또 미뤄지고 책도 못 읽었나 생각을 해보니, 싸이월드에 급히 넘겨줘야 할 것들이 생겨서 다락 일을 하였고 피움 영화제 텍스트 번역을 하느라 대여섯 시간을 쓴 것 같다.

오랜만에 영어 읽으면서 문장 다듬는 일을 하고 있으니, 처음에는 싫거나 귀찮거나 지루해서가 아니라 단어를 선택하고 문장을 끊는 것에서 선택이 곤란한 경우가 계속 나와서 죽어도 번역 따위로 먹고 살겠다는 생각은 다시는 안 하겠다고 했으나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빠져서 하다 보니 세 시다. 비정상적으로 공을 많이 들이긴 했는데, Salem witch trials나 theatrical run이라는 단어도 새로 배우고 번역해놓은 글들을 보니 뉘앙스가 꽤 잘 산 것 같아서 무지하게 뿌듯하다. 무엇보다도 이 다큐멘터리가 너무 보고 싶어서 견딜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Dialogues with madwomen. 아리랑 시네 센터에서 5.16~29 4일 간 한다! 집 옆이다, 하하하. 광기와 여성에 대한 다큐멘터리라니, 도저히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관심이 가는 태그들은 다양한 매체로 여기저기서 계속해서 만나는 것 같다. 아, 재미있다. 다음 학기에는 영문학 수업이나 들어볼까. 정말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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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완벽주의자인가 생각하다 보면 항상 예전 바이올린 선생님께서 ‘지은이 너는 완벽주의자인 것 같아. 틀렸던 곳부터 다시 하면 되는데 그 소절의 제일 처음부터 시작하려고 하니까.’ 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의외의 기억들이 오래 살아남아서 내게 각인된다. 그 선생님의 얼굴조차 기억도 안 나는데, 같은 구절만 열대여섯 번 넘게 끼깅거리는 날 보고 있으니 조금 답답해서 그랬던 것인지. 바이올린을 다시 하고 싶다. 악기를 다시 하고 싶다. 기타도 좋지만, 피아노나 바이올린이 더 좋은데 문제는 클래식은 밴드처럼 연주할 곳이 없다는 것이고 기타를 사면 연주할 곳이 없다는 것이다. 이래서 동아리를 드는 건가?


자야겠다. 아주 깊게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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