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다락 회의.
월요일. 페이지에서 그림 그렸다. 드라마틱에서 무슨 인터뷰를 한답시고 공간을 빌렸다.
'주몽하고 같은 시간에 하는 드라마라 안 보시죠?'
사실 킴후도 나도 아무 것도 보지 않는데 당연히 주몽을 본다고 생각하는 모양.
허위허위 떠돌다가 신촌 칵테일바 마리아에 정착.
이날 낙서한 글들 중에서 하나 살짝. 친필로 보는 것이 좋은데 스캔하면 보는 것도 귀찮지요?;
지하철 역에 온통 죽지 않은 사람들이 걸어다닌다.
누군가 내게 걸어와서 무서웠다.
취한 걸음걸이에 얼굴이 벌겋고 시선은 초점을 잃었다. 무서웠다.
그는 내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성실한 행인처럼 길을 묻고 성실한 감사의 말을 남기고 갔다. 비틀어진 혀로.
나는 아무 것도 무서워할 필요는 없었는데 ...
그의 초라한 옷차림이, 꺼질 듯이 붉은 두 눈이 나를 겁먹게 했다.
덫에 걸리면 안 된다.
2007.2.12. 마리아에서.
모든 기억을 지우고 한 장면만 남겨야 한다면, 나는 내가 빛을 보던 날의 기억을 남기겠다. 젖살을 겨우 뗀 갓 스물 넷의 엄마에게서 나던 땀 냄새, 어쩔 줄을 몰라 담배만 뻑뻑 피워대던 비쩍 마른 스물 넷의 아빠, 지금보다는 흰머리가 덜 했을―꽤나 위엄 있는 시어머니였을 것 같은 우리 할머니, 손녀를 한복 바지에 앉히고 가지런한 이 모두를 하나도 빠짐 없이 드러내며 환히 웃으시는 할아버지, 아빠가 좋아하던 마당의 큰 개 한 마리.
두 번째 기억을 남기라면, 마당에서 털이 채 마르지 않은 새끼들을 감싸고 집안으로 숨어들던, 경계하는 눈빛의 우리집 개. 근처를 서성이던 나와 동생. 무심한 척, 추워 안으로 들어오라고 자꾸만 손으로 재촉하시던 할아버지의 큰 목소리. 유치원 선생님께 새끼 한 마리 드리겠다고 다짐했던 다음 날, 새끼는 한 마리도 남김 없이 모두 죽었다. 눈도 떠보지 못 하고, 햇볕에 보송보송하게 털 한 번 말려보지도 못 하고 모두들 쓸모 없이 죽어버렸다. 할아버지는 어미개를 팔았다.
오랜 기억 - 2007.2.12. 마리아에서.
때로는 아주 어렸을 적 기억이 너무나 강렬해서 나도 놀란다.
덧.
jose님, 오랜 기억에 대한 낙서를 하다가 최후의 기억이 궁금해진 거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