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 양석원 교수님
문화와예술의정신분석
학이 난다
- 영화『천년학』감상: 어긋나는 욕망들에 대해서 -
0620916 조지은
영화 『천년학』은 원작 소설인 이청준의 「선학동 나그네」를 충실하게 따라간다. 문어체의 대사들이 간혹 가다가 귀에 거슬릴 정도로, 이 영화는 장면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페이지를 넘기는 듯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중심 소재는 인물들이 품고 있는 ‘한’이며 다르게 말한다면 이뤄질 수 없는 욕망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천년학』의 인물들은 단지 무언가를 욕망하는 것을 떠나서 그에 얽매여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멍에를 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전체적으로 영화를 지배하는 이러한 충족될 수 없는 욕망과 근원 모를 설움은 인물들의 어긋난 시선을 통해서 표현된다. 송화와 동호, 송화를 짝사랑하는 용택, 그리고 동호의 몸을 붙드는 데에는 성공하지만 마음은 얻지 못 하는 단심. 이 모든 인물들은 상대방을 끈질기게 응시하며, 그들의 욕망은 시선의 끝에서 다른 이의 어깨 너머에 가 닿는다. 단심의 눈물은 동호의 시선이 닿지 않는 땅에 떨어져 흔적도 남길 수가 없다. 누구도 서로를 똑바로 바라보지 않는다.
영화는 송화와 동호의 시선을 따라간다. 동호는 언제나 송화를 바라보고 있지만, 그가 다시 송화를 찾았을 때 그녀는 이미 눈이 먼 뒤였다. 송화는 동호를 눈에 담지 않는다. 그녀는 목청으로 소리를 뽑는다. 송화는 동호의 눈빛을 느끼지 못 하고, 북소리로 그가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 뿐이다. 그럼에도 동호는 송화에게 자신을 전달하기 위해 송화의 소리에 장단을 맞추고 싶은 마음에 항상 소리 주변을 맴돌며 그녀 곁을 떠나지 않으려 한다.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마주볼 수 있는 두 사람은 결코 맺어질 수 없다. 왜냐하면 동호는 송화를 ‘바라보지만,’ 송화는 동호를 ‘듣기’ 때문이다.
『천년학』은 지리멸렬하며 시작도 끝도 맺을 수 없을 것처럼 모호하고 애처로운 삶들을 등불 삼아, 눈부시게 하얀 학 두 마리를 날리는 잔인하고 얄미운 영화다. 그들의 눈동자에는 근원 모를 열망과 설움이 가득하다. 열망의 고리는 결국 아무 것도 담지 않는 송화의 눈 속에서 갈 곳을 잃어 이어지지 못 한 사슬로 남게 된다. 보지 못 하는 송화의 눈은 가장 깨끗하지만 아무 것도 볼 수가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아무런 애착도 지니지 않는다. 노인의 첩으로 들어가 살면서 노인이 임종하던 날, 송화는 자신의 앞날에 대한 한 점 불안의 기색도 없이 묻는다. “무엇을 부를까요?”라고. 가만히 잔을 내려놓는 송화의 표정은 되려 평안함이 묻어 나와 해탈한 비구니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는 이 모든 속세의 서툰 정열들을 가만히 질책하며, 물을 차는 듯 학이 날아오른다.
+ 진솔한 두줄 감상:
간사하게 실컷 약 올리고 학 날리다니
임권택 영화에는 학을 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