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말많은마리 070808
장정일 에 해당하는 글 : 3 개
2007/02/10 :: 정체성 (18)
2006/12/16 :: 061215 (19)
2006/11/09 :: 061109 (19)
정체성

  탁자가 두 개밖에 없는 포장마차 가운데 한 탁자를 차지하고서 한 선배와 소주를3분의 2 넘게 마시고 있는데, 왁자지껄 새로운 손님 한 떼가 들어와 앉는다. 세 명은 평범해 보이는데 머리칼을 네모나게 깎아친나머지 한 놈은, 척 보니 깍두기다. 선배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도란도란하고 있는데 남녀 한 쌍이 포장을 들치며 삐죽이 들어왔다가좌석이 없어서 나간다. 그러자 자기 앞의 술잔을 아가리에 털어 넣은 깍두기가 분명 우리보고 들으라고 씨부렁거린다. "술을 처먹었으면 빨리빨리 일어나야지 다른 사람 장사도 못하게 꾸무적거리고 있어." 딴에는 포장마차의 주인이 제 친구였거나 아니면 나와바리에 속했던 모양이다. 선배도 나도 서로 무안해서 얼굴도 못 쳐다보고 탁자를 내려다보고 있는데 그 깍두기는 기고만장했다."술도 못 마시는 새끼들이 안주 하나 시켜 놓고 시간만 겐세이하고 있네." 이런 개자식이 있나. 욕을 하려면 인지가 되도록상대를 콕 찍어 해야지, 너 말고는 들어 줄 사람이 없는 곳에서 누구 들으라고 히야까시를 하나. 고개를 들어 놈을 똑바로 보며말했다. "야 씹새끼야, 너 깡패지." 불의의 기습을 당한 깍두기가 혀를 차며 앉은 자리를 기신기신 일어난다. 그러면서 일행을 향해 "나보고 깡패란다. 이때껏 살았어도 깡패라는 말 처음 들어본다." 정체성이란 뭔가?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했던것처럼 스스로 깨닫기까지는, 타인의 부름에 의해 규정되는 게 정체성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자신이 선생님인 줄 아는 까닭은 제자들이 나를 볼 때마다 "선생님, 선생님"하고 불러 주기 때문이고 사장이 사장인 것은 직원들이 "사장님, 사장님" 하고 따르기때문이다. 그런데 깡패에겐 아무도 "깡패님, 깡패님"하고 불러 주지 않는다. 그래서 깡패는 뒈질 때까지 자신이 깡패인 줄모른다. 그러니 얼마나 놀랐을 것인가. 갑자기 똥인지 된장인지 몰랐던 자신의 정체성을 알게 되었으니, 깍두기는 마이를 벗었다.그리고 술병 박스에 든 빈 소주병을 들었다. 나는 의자에서 몸을 틀어 아예 놈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봐." 1미터 지척에서 병이 날아왔다. 나는 눈도 하나 깜짝하지 않았고 그 병은 내 귓전을 스쳐 지난 다음 바닥에서 깨어졌다.두 번째 빈 병을 드는 것을 놈의 일행이 막았다. 그들은 참 유순했다. 누가 나를 불러 주기 전에는 아무도 내가 누구인지 모른다.

- 장정일, 『생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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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나도 싫어하는 것에 대한 기준이 생기기 시작했다.

난 신뢰하지 않는 사람이 싫다.
난 멍청한 사람이 싫다.
난 자기 생각 없는 사람이 싫다.
난 자기 방어에 몸 사리는 사람이 싫다.
난 배려하지 않는 사람은 더 배려하고 싶지 않다.
난 자유로운 척, 책임을 전가하는 사람이 싫다.
난 말로만 진보인 척 하는 사람을 혐오한다.
난 말하지 않는 사람은 더 싫다.
난 자신에게 소홀한 사람이 싫다.
난 피해의식을 지닌 사람이 하나도 불쌍하지 않다!!!


침묵하는 자는 용서받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질문했다
끊임없이 떠벌인 자는 용서받는다
끊임없이, 혀가 빠지도록!
하지만 핵심은 모호하다
이념에 대하여는 너무 많은 책들이 씌어졌다
하므로 저술가들은 용서받지 못한다
그들은 질문하며 발뺌했기에

장정일, 텅 빈 껍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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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두고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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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이 물었다. 네 평생의 화두는 무엇이냐.
글쎄? 자기 긍정? 가족? 당분간은 일과 놀이.
평생의 화두는 아마 나에 대한 것이겠지. 멍은 외로움.
어떻게 보면 비슷한 것일 수도.
따로 또 함께 오롯이, 로
개인이 실존적 외로움을 극복하고
타인과 함께 공명하는 세상살이.
예술가는 평생의 화두가 있어야 한다고, 그렇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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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에게는 힘들 때만 연락하게 된다. 오랜 세월은 역시 무시할 수 없나 보다. 워낙 있을 이야기, 없을 이야기를 다 털다 보니 어쩌다 가족보다 더 친한 사이가 되었다. 대학에 와서 서로의 취향이 잘 맞지 않는다고 느껴서 연락하는 일이 드물어졌다. 그러나 그것은 취향의 문제일 뿐이지, 사람과 관계에 대한 문제라고 하기에는 너무 피상적이다. 언제나 나를 챙겨주면서 내가 챙겨주지 못하는 친구에 대한 빚 같은 마음이 가슴 한 켠에 쓰리게 남아있다. 쓰린 감정은 내가 힘들 때만 떠오르니 정말 이 이기적인 본성의 싸대기를 한 대 갈겨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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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깨질 듯하다. 머리가 깨지면 무엇이 흘러 나올까? 상상해보면 어떤 사람들 머리에는 똥만 그득그득 들어차 있을 것 같고, 어떤 사람들 머리에는 기하학적으로 훌륭한 결을 지닌 호두 같은 뇌가 있을 것이다. 그럼 내 머리를 깨보면? 아무 것도 없다. 호두는 깨서 먹기라도 하지, 가끔 보면 인간은 호두보다 쓸모가 없다. 고작 하는 짓이 망치를 호두 정수리에 내리 꽂아놓고 한 쪽에서는 견과류의 칼로리를 계산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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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프로를 보고 있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웃음은 내게 있어서 긍정의 원천이다. 그 웃음을 방송이라는 산업에서 기획한다는 점과 대중심리를 정확하게 짚어내는 개그맨들을 보고 있으면 돗자리를 까세요, 하며 박수치고 싶다. 그런데 왜 점점 개그프로 보는 것이 '참거나,' 혹은 '견뎌야 하는' 일이 되는 걸까? 웃찾사를 보는데 정말 똥 같은 대사들이 많아서 마시던 둥글레차가 올라오는 줄 알았다. 오죽 쳐댈 것이 없으면 고작해야 '인어공주 같은 몸매'의 그녀가 '생선 같은 얼굴'을 지녔다면서 정색을? 그딴 개그에 웃어주니깐 계속 그런 쓰레기만 나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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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괜찮아'라고 하면 정말 괜찮은 줄 알고 사람들이 자신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누구의 말. 적당히 투덜거릴 줄 아는 것도 기술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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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아랍어로 된 소설은 읽을 수 없을 것이다. 아랍어는 이미 사어死語가 되었다. '한국어'로 뭔가를 끄적이는 이들에게 감사한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 수를 보면 글 써서 먹고 사는 분들의 용기란 실로 전투력에 비할 만한 것이다. 개중에서 한국어로 된 '문학'을 섭취하는 이들은 점점 더 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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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님의 시집을 읽는다. 시집은 사서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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