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말많은마리 07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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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02 :: 생일날 메모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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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윤달로 2월 29일이 생일인지라, 올해 달력에 날짜가 없다. 전에 탕과 이야기하다가 어쩌면 소수자적 감수성을 가졌던 부분이 이것에서부터였다고 반추하기도. 눈 동그랗게 뜨고 별자리점이나 꽃점, 보석점을 찾아보면 항상 나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왜냐하면 내 생일은 우주에서 허위허위 떠돌다가 4년 만에 한 번씩 별똥별처럼 쏟아지곤 했으니까. 실제로 아주 오래된 인연들로부터 전파선이 쏟아져서 연락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고. 내 생일이 3년은 숨어 다녀서 달력 만드는 사람들도 못하는 것이다, 참 민첩하고 영특한 것이.

생일 때문인지 세상이 태양력에 맞춰 돌아간다는 것과 달별 영어 이름 같은 것에 어렸을 때부터 관심이 있었다. 뭐 별 거 있는 줄 알았더니 황제가 좋다고 자기 이름 따서 붙여놓고, 사실 별 거 없었다. 주말이면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고 휴일마다 다같이 쉬는데, 쉬는 날조차 태양력에 따라 빨갛게 칠해져있다는 건 꽤 흥미로운 일이다. 신년이면 보신각에 종소리를 들으러 갔다가 압사당하는 사람들도 있고, 크리스마스에는 다들 마술에 걸린 듯이 선물을 사고 트리를 꾸미고. 거기에 맞춰서 오직 주말만을 기다리며 일에 쩔어있는 모습은 어쩐지 너무 안쓰럽기도 하고.

고등학교 때 한 번은 음력에 대해서 집요하게 파고 물었다가 선생님이 귀찮아하시면서 '그 정도까지는 몰라도 된다'고 넘기셨던 기억이 난다. 절기는 잘 모르기는 하지만 족족 맞아떨어지는 것에 자주 감탄하고는 해서 조금만 더 나이를 먹으면 애쓰지 않아도 음력과는 저절로 친해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러고 보니 역설적으로 요즘은 계속 '알아야 한다'는 것들이 많아진다. 살다보면 가만 있어도 자꾸 내가 나이를 먹는다는 것과 20대, 여자, 대학생이라는 것 등등 많은 것들을 주변에서 가르쳐준다. 그러나 별로 그런 것에 감사할 필요가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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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그전에 들었던 이야기인데, 인류학자가 어느 부족을 인터뷰할 때의 일이다. "그러니까 그 일이 언제적이었어요?" "그게 내가 폭포수 앞을 지나갈 때였지." "아, 그게 아마 나뭇잎에 이슬이 서려 무겁게 내려오던 날이었나?" 자연에 가깝게 사는 이들은 물체의 상태 변화를 느끼지, 과거 현재 미래라는 개념으로 시간을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할머니께서도 종종 말씀하실 때 "그게 내가 예전에 많이 아팠을 때, 동네 어르신이 머리에 물을 적시면 낫는다고 했었는데 ..."라는 식으로 기억을 더듬으신다. 생각해보면 내게는 기억과 현재만 있다. '시간이 흐른다'는 문장보다는 '땀이 다 말랐다'는 문장이 더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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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 기일과 내 생일이 음력으로 같은데 음력의 달력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잘 모르지만 내 스무번째 생일날 둘이 꼭 만나서 이번에는 같은 날이었다. 시골에서 올라오신 외할아버지께서는 심심할 때 깍으셨다며 육남매에게 한 집에 하나씩 사이좋에 매끈한 나무 방망이를 하나씩 신문지에 말아주신다. "며느리는 짧게 깎고 딸들은 늘씬하게 깎아준 거 아녀?" "다 똑같어. 하나씩 가져가면 다 똑같은겨."

큰이모부 댁에서 뭔가 쓰고 싶은데 잡히는 것이 없어 핸드폰을 열고 마구 버튼을 눌러댔다.
이건 어쩐지 2인칭 문체이지만 문자로 쓴 것이라 손편지보다는 이 편이 더 어울린다.
백석의 여우난곬족이 생각나는 밤이었다.

메모 내용:
이쁜아사랑아나는외할머니제사때문에큰이모부네와있다나는이모이모부라고만부르는데다들내이름을기억하고지은이네가스무살이냐오늘이생일이냐하는것이참기쁘다어른들말하는것도재미있다어렸을때는따분하기만했는데늦게오시는이모부를기다리며다들아유너무늦네우리끼리먹어하는것이나키조개완자가뭔지아냐고먹여주시다가설명하시는이모도좋다엄마는음복하고술잔을받으실때마다나한테넘기시고이모부는네나이때는계속먹어도배고프다며다들내가한잔마시는것에좋아하신다아아오늘은하루에네생각만열댓번은한것같다나흘동안네가계속꿈에나와서일어날때마다마음이애틋했거든오픈마루사람들이케익도해줘서꼬깔모자쓰고사진도찍고참재미있는하루다외할머니께한번도제대로인사를드린적이없어뵈러왔는데사진은없고지방에인사하고술잔만돌린다둘째이모부는연대끼리뭉치자며신나하시는데큰이모부는오리지날곶감오리지날오리지날하시며자꾸만먹어보라신다그리고나는또네생각이난다전화도하고싶고목소리도듣고싶다지금잘자고있겠지? 사랑한다 02/28(수)11:49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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