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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30 :: 지폐는 종이쪼가리 (9)
엄마, 외숙모와 마주 보고 밥을 먹게 되었다. 외숙모께서 보험사에서 일하셔서 엄마와 내 이름으로 보험을 하나씩 가입하고 함께 밥을 먹기로 했던 날이었다. 아가, 여기 여기 싸인해, 옳지 옳지, 라는 소리에 내 이름을 세 번 정도 적었더니 생명보험에 덜컥 가입되었다. 어떤 예의 바른 사무원이 전화를 해서 "운전 안 하시죠? 술 안 드시죠? 입원한 적 없죠? 건강검진 받은 적 없죠?"라면서 내가 죽을 수 있는 온갖 가능성에 대해 낱낱이 질문을 던진다.

아, 돈 쓰기란 어찌 이리 쉬운 일이더냐. 음악 플레이어 정액권을 해지하던 열흘 전이 생각났다. 가입할 때는 클릭 한 방에 따다닥 되더니만, 해지 하려고 하니 "ㅇㅇㅇ도 할 수 있습니다," "일시 정지도 괜찮습니다," 등등 더욱 더 잘해준다는 광고문구들이 다다다닥 열려서 거의 "이래도 해지할테냐!"라는 외침을 듣는 것 같았다. 오기의 클릭질을 다섯 번 정도 한 끝에 해지가 되었다.

식사를 만족스럽게 마치고 집으로 올라오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내 집은 아니어도 아파트 집세가 1억이나 올랐다는 엄마의 말과 '그래봤자 다 똑같이 올라서 소용없다'는 묘하게 긍정적인 투의 웃음이 오갔다. "이제 갈수록 자꾸 돈이 도망가기 시작해서, 지폐가 종이 쪼가리 같다니까. 앞으로는 더 심할 거야. 이런 거에 신경 쓰면 오래 못 살아." FTA고 뭐고 신문을 보지 않아도 어머니는 체감하고 계신 것이다. 비정규 노동자로 거듭날 딸을 위해 코피 터지는 학비를 대출받는다.

우리네 허리가 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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