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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9 :: Balance (17)
2007-1 문화콘텐츠와영상
김형수 교수님
<Balance>


<Balance>는 보는 내내 나를 소름 끼치게 한다. 그곳의 사람들 누구도 이름 하나 없다. 입은 옷도, 표정도, 스킨헤드에 하는 짓까지도 다 비슷한 동지들. 옷에 새겨진 번호 말고는 딱히 그들을 구분할 수 있는 지표가 없다. 그런 것이 필요해 보이지도 않는다. 몇몇이 이쪽에서 저쪽으로 뚜벅뚜벅 걸음을 옮긴다. 발 밑에서 그들을 받치고 서 있는 한 장의 땅은 묵묵히 기울어진다. 더 무거운 쪽은 내려가고, 가벼운 쪽은 올라간다.

그들은 함께 낚싯대를 내려 건진 오르골 상자를 놓고서는 굶주린 듯 달려든다. 누구는 오르골 상자를 껴안고 착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는다. 또 다른 이는 오르골을 손에 넣고 다른 이를 가차없이 밀어버린다. 한 명씩, 한 명씩 아래로 떨어진다. 떨어지다 만 자는 바로 땅의 경계에 매달려 두 손에 몸의 무게를 의지하고 있다. 그를 발로 찬다. 당연하게도 그는 떨어진다. 아무도 비명 한마디 지르지 않는다. 발 밑에서 그들을 받치고 서 있는 한 장의 땅은 묵묵히 기울어진다. 더 무거운 쪽은 내려가고, 가벼운 쪽은 올라간다.

싸우는 내내 오르골 상자에서는 간간이 음악이 새어 나왔다가 그쳤다가 한다. 적막함을 가르는 그 공기의 파장을 가까이 두기 위해 이름 없는 스킨헤드가 몸을 던지든 말든 관심도 없다는 듯이. 열리면 인심 쓰듯 한 번 음악을 틀어주고, 닫히면 방금 전까지 아무 일도 없었던 것마냥 감감무소식이다. 결국 아무도 들을 수 없게 되었는데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상자와 이름 없는 한 명만 남았다. 한 장의 땅은 또 다시 묵묵히 기울어진다. 더 무거운 쪽은 내려가고, 가벼운 쪽은 올라간다.

뚜벅이는 구둣소리와 상자가 쓰윽 끌리는 소리를 제외하면 오르골 소리가 유일한 음악이다. 그러나 얼어붙은 듯이 창백한 사람들과 무심할 정도로 공평하게 기울어지는 땅 위에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다. 지독한 적막이다.

어떤 식으로든 균형은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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