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말많은마리 070808
Wentworth Miller 에 해당하는 글 : 1 개
2007/01/04 :: Prison Break (20)
겨울방학만 되면 엔피 정액을 끊어서 드라마 하나의 전 시즌을 섭렵한다. 지지난해 겨울방학은 프렌즈, 지난해 겨울방학은 로스트와 웨스트윙, 이런 식으로. 우리 집에 여자가 엄마, 언니, 나, 동생 이렇게 넷이 있는데 언니와 동생이 만화를 보고 드라마를 다운 받아 보는 데에 완전 고수라서 액기스만 뽑아 놓으면 나도 옆에 껴서 같이 본다.


그리고 이번에는 프리즌 브레이크. Fox broadcasting에서 24의 땜빵용으로 만들기 시작했다는데, 많은 안티를 낳았던 24보다 훨씬 더 사랑받고 있다. 캐릭터 모두가 살아움직인다. 카메라의 시선은 주인공들의 탈옥 계획을 모두 알고 있는 시청자의 그것과 동일하여, 가슴을 졸이며 보다가 안도의 한숨을 짓게 한다.

3일동안 시즌1을 다 끝내고, 결국 참다 못해 오늘 시즌2의 시리즈1을 한 편 봤는데, 그 중 주인공으로 나오는 Scofield(Wentworth Miller 역)의 인기가 대단하다. 언제나 집 안의 지배적인 드라마 한 편에 대한 대화가 꾸며지는 일상. TV드라마의 경우에는 내가 끼는 법이 없지만, 와이어를 타고 물 건너 온 외국드라마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처럼 날림도 아니고, 시리즈마다 보는 사람을 긴장시키는 그 흡입력에 빨려들어갈 수 밖에 없다.


"하루 종일 석호필에서 헤어날 수가 없어."
동생이 허공을 보고 있다.
"차라리 그냥 다운 받아서 봐. 아직 쿠폰 닷새 남았는데 낭비하지 말고."
"최고 엘리트야. 프로필을 봤는데 장난 아니더라. ... (부모님이 옥스퍼드 캠퍼스 커플에 동생들은 로스쿨을 다니고 자신은 반대를 무릅쓰고 헐리우드에 와서 설거지부터 했다는 이야기) ... 그 정도 얼굴이면 웨이터해도 됐을 텐데 ... 게다가 고등학교 때 소설도 썼어!!"

"그것도 돌아다녀?"
"응. 장난 아니야. 프린스턴에서 영문학 전공했는데 석호필이 쓴 논문까지 돌아다녀!! 내가 이미지파일로 다운받아 놨는데, 나 진짜 영어 공부 해야지."
"그래. 소설도 있으면 나도 보여줘."

"근데 H.O.T. 좋아했던 건 나중에 사진보고 그러면 창피한데, 이건 절대 안 그럴 거 같아."
"그래, 그걸 더 파고 들어가! 석호필은 네가 TV 시리즈로 만나서 파고 들어가 만난 거잖아. 그런데 H.O.T.는 그것 외에 더한 것들이 있단 말이야. 네 기호에 영향을 주는 것들이, 그게 뭐 ..."
"요우! 이것이 사랑인가!!!"
"-_-"

스코필드를 석호필이라고 부르는 것은, Mnet에서 방영될 당시 그렇게 번역되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마를 칠 수 밖에 없는 상황. 심지어 히동구보다도 웃기다. 재미있는 것은 실제로 우리나라에 귀화한 학자 중에 석호필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 하하.



나는 Michael Scofield 만큼 Robert nepper가 연기한 Theodore T-Bag Bagwell을 좋아하는데, 그가 아이 여섯명을 강간 살해하고 종신형을 선고 받은 것에서 시작해서 단순한 '악마' '살인마'에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계속 눈에 밟힌다. 다운증후군 여동생을 강간한 아버지의 자식으로 태어나 그 사실을 알고 살아가는 것부터, 어렸을 적에 허름한 집 앞에서 파티가 있는 날이면 다 괜찮다는 표정을 하고 지나가던 여학생들의 비웃음을 참아내는 그의 생존방식은 그런 식으로 발달했다.

원래 T-Bag 역할은 100kg가 넘는 거구에 금니를 가진 캐릭터였다고 하는데, 로버트 네퍼가 연기하면서 T-Bag은 원래 캐릭터보다도 더 그럴듯한 캐릭터로 거듭났다. 민첩하고 예리하면서 때로는 천사의 웃음을 짓고, 위협을 느낄 때면 망설임 없이 뒤에 칼을 찌르는 그런 인간 말이다. Prison Break의 인물들을 미워하기만 할 수도, 좋아하기만 할 수도 없는 점이 이 시리즈의 매력이다. 그들이 갖고 있던 천성적 기질이 사회적 환경과 주변의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를 통해서 어떻게 발현되고 변형되어 현재의 그들을 다시 만드는지 생생하게 나와있다. 여기서는 법 밖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등장시키고, 그것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웨스트윙을 볼 때는 법과 사회적 시스템 내에서 전쟁을 벌이는 문명적 인간들을 보는 즐거움이 쏠쏠했는데, 사실 프리즌 브레이크가 인간적인 면에서 더 끌리는 것 같다. 게다가 웨스트윙은 오프닝에서 성조기가 날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반복적으로 미국이 전세계평화의 수호자라는 미국적 가치를 마구 주입시키는데, 어려운 말 속에 슬쩍 섞어서 미국식의 자유지상주의를 외치는 대목에서는 거북하기까지 하다. 엘리트들이 열심히 꾸려가는 미국의 우주정복은 정당하며 인간의 고결함을 유지하기 위한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드라마 속의 인물들은 영웅으로 가득차 있어 언제나 아래를 꼬나보는 식이다. 뭐 자기네 보기 좋으라고 만든 것이지만. 그렇지만 공화당 정부가 있을 때 민주당 정부를 중심으로 가상 정부를 TV 안에서 구성했다는 점이 눈여겨 볼만 한데, 이상적 현실에 미치지 못하고 모방에 머무는(사실 부시 행정부는 모방이 아니라 그 반대의 극에 있는) 현실에 대한 시뮬라르크가 구현되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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