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말많은마리 07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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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8 ::
2007/02/03 :: 뽑기 (21)
:: 인용
그는 열 살이었다. 그는 인도에 앉아서 가구와 궤짝들을 실은 트럭을 바라본다.
"저 사람들은 뭘 하는 거지?" 그는 자기 옆에 와 앉는 어떤 친구에게 물었다.
"뻔하지! 이사하는 거잖아." 그 친구가 말한다. 나는 이삿짐센터 직원이 되고 싶다. 그건 멋진 직업이다. 힘이 세야 한다.
"저 사람들은 다른 집에서 살게 될 거란 말이야?"
"물론이지, 이사를 가면."
"가엾은 사람들. 그들에게 불행이 닥친 거지?"
"왜 불행이야? 그 반대지. 저 사람들은 더 크고 더 좋은 집으로 가는 거야. 내가 그들이라면 아주 만족할 걸."
그는 돌아가서 공원의 잔디밭에 앉아 울었다.
"말도 안 돼. 살던 집을 떠나 다른 집으로 가는 것은 누군가를 죽였을 때 만큼이나 슬픈 일이야."

집 - Agota Kristof

2007-1 성평등리더십의이해와실천

여휴가 왜 따로 있냐고요?

0620916 조지은

이번 쪽글 주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공학의 공학성에 대한 이야기일까? 공학이라고 하지만 실은 공학답지 못한 부분, 생물학적 성이 다른 한 쪽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공학의 시스템에 대한 성찰의 부재, 라고 추측만 할 뿐이다. 이 글에서는 가만히 오래 전부터 내가 고민하던 질문 하나를 던져본다.

난 ‘여학생 휴게실’의 열렬한 팬. 그런데 여휴가 왜 따로 있을까?

나는 ‘아싸’다. 아싸는 ‘아웃사이더’의 준말로 특정 집단에서 활동하지 않고 겉도는 사람을 일컫는다. 대부분 이럴 경우에는 그 집단에서 나와버리면 되기 때문에 이런 단어가 생겨날 틈이 없다. 그런데도 쓰이고 있는 ‘아싸’는, 나올 수도 없고 애초에 선택의 자유도 없는 ‘반’과 관련한 단어로 많이 사용한다. 작년 3월 한달 동안 ‘새내기’로서 그 많은 밥을 얻어먹으며, 나름대로 반 분위기에 적응하기 위해서 애써 보았지만 몇 가지 사건들이 있은 후에 결국은 박차고 나와버렸다. (그러고 보니 나 같은 아이들을 ‘먹튀’라고 부른다는 새로운 사실도 얼마 전에 알았다)

술자리에서 오가는 쓸 데 없는 이야기들, 1학년 여자 후배를 앉혀놓고 재미있다고 하는 성적인 발언들(우리가 그거 다 모르는 줄 알겠지?), 맞장구를 치고 같이 웃는 다른 선배들. 그 안에서도 ‘선배, 이러면 안 됩니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분명 있기는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참자고 말하기 전에, 내가 왜 참아야 하는 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언제쯤이면 이 참는 것이 끝난다는 말인가? 나 못 참아. 눈 똑바로 뜨고 생각해보자. 어느 감독님의 스튜디오 이름처럼 ‘지금이 아니면 안 돼.’

박차고 나오니 캠퍼스의 전경이 그제서야 아름답더라, 하하하. 반에서 나오고 나니 불편한 점이 딱 두 가지 있었는데 하나는 학생회와 관련된 내용이 모두 반을 통해서 전달되기 때문에 아싸인 경우에는 접근하기가 힘들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공강시간에 묵을 공간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 때부터 여학생 휴게실을 들락날락했던 것 같다. 우리 학교에는 건물마다 잘 찾아보면 숨겨진 ‘여학생 휴게실’이 있다. 그 안에서 책을 읽기도 하고 누워서 자기도 하고 구두를 벗고 발가락을 만지작거리면서 잡지를 넘겨보기도 한다. 아, 좋다. 좋구나! “근데 왜 남학생 휴게실은 없는 거지?”

난 ‘여학생 휴게실’의 열렬한 팬. 여휴가 왜 따로 있을까?

밤에 집에 가는 길이었다. 한참 이런 저런 일들로 마음이 심난해서 이유 없이 방구석에만 처박혀 두문불출하던 시기였다. 집밖으로 나가야 하는 이유는 오로지 아르바이트 하나였는데, 돈 때문에 머리채 잡혀 끌려나가는 기분에 항상 가슴 한 켠이 답답했다. 물 한 모금을 마셔도 별 나쁜 생각이 다 들던 때다. 홍대에 있는 카페에서 서빙을 했다. 알바가 끝나고 걷다가 담배를 한 대 태웠다. 지하철을 탔다. 취한 사람들로 공기가 온통 꼬여서 빌빌거렸다. 이런 시각이면 항상 좀더 일찍 내려서 버스로 갈아탄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아무 생각 없이 담배를 꺼내 드는데 순간 주춤했다. 그 시선들.

우리 집은 아주 평범한 주택가에 있다. 작은 시장이 하나 있고, 그곳을 통해 들어가면 지은 지 얼마 되지 않는 아파트 단지가 있다. 우리 가족은 그 무수한 칸들 중 한 칸을 차지하고 산다. 집 주변에는 학원이나 슈퍼마켓, 동물병원, 세탁소, 운동화 빨래방 등이 있고 여대가 있는 쪽으로 가면 조금 번화한 거리가 나온다. 그러나 이곳은 홍대가 아니었지. 나는 결국 그 담배를 다 태우지 못 했다. 정류장에서 젊은 청년 하나와 아저씨 두 명이 담배를 태우면서도 힐끔힐끔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뭐, 어쩌라고? … 어느새 나는 얌전하게 주머니에 라이터를 도로 넣고는 고개를 푹 숙이고 걷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렸다. 아무도 없는 집 앞 놀이터에 와서 혼자 씩씩거리며 한 대를 열심히 다 태우고 초라하게 들어갔다. 그 시선들. 내가 남자라면 이런 기분을 느꼈을까?

난 ‘여학생 휴게실’의 열렬한 팬. 여휴가 왜 따로 있을까?

이미 나는 이 질문에 대답했다. 포인트를 찾아보시라!

‘아싸’나 ‘먹튀’와 같은 단어들이 어떻게 해서 쓰일 수 있게 된 것인지 하나씩 짚어 들어가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나는 그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보니, 아주 전형적인 아싸와 먹튀가 되어있었다. 1년 전에 ‘여학생 휴게실’이라고 선명하게 새겨진 글씨를 보면서 ‘도대체 이 학교가 어떤 학교이길래 이런 것이 따로 있단 말인가?’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여학생 휴게실’이 따로 없는 학교가 이상하다. ‘도대체 이 학교가 어떤 학교이길래 이런 것이 따로 없단 말인가?’ 초등학교에서 배웠던, 말 그대로 불필요한 것은 치우고 필요한 것은 갖춰야 한다는 상식을 우리는 아직도 배운다. 간밤에 알림장을 펼쳐놓고 준비물 챙기던 만큼만 생각해본다면야 좋겠는데 말이다. 그러고 보니 총학생회장은 도대체 어느 초등학교를 나온 거야?
2007-1 김형수 교수님
문화콘텐츠와영상

영화 <Proof> 감상

이번에 <Proof>를 보는 동안, 나는 마틴에게 감정이 잔뜩 몰입되어 있었다. 그는 처음부터 내게 호감을 사서 반쯤은 ‘먹고 들어간다.’ 마틴은 남들이 느끼지 못 하는 것을 느끼는 사람, 보통 사람들은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을 단어만으로 생생하게 되살리는 사람, 볼 수 없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다. 그는 언제나 관찰자의 입장에 익숙하다. 프레임을 구성하고, 자신의 시간과 장소를 남기기 위해서 보이지도 않는 곳에 포커스를 맞춘 다음 뷰파인더에 눈을 밀착시키고 셔터를 누른다. ‘찰칵’하며 필름에 남는 기억은 언제나 깔끔하며 경쾌하다.

차츰 영화가 진행되면서 그에 대한 나의 양가감정도 커진다. 한편으로는 마틴에게 깊게 공감하면서도 그를 동정하게 된다. 웃는 모습을 보지 않고 소리만으로 앤디를 따라서 한껏 웃어대는 모습도, 엄마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더듬는 마틴의 섬세함도 좋았다. 그럴 때의 그는 카메라를 들고 있지 않다. 앤디를 따라 웃으면서, 엄마를 더듬으면서 마틴은 끝없이 프레임 안에 들어가고 싶어한다, 혹은 프레임이 아닌 그 밖의 세상에서 살고 싶어한다. 그러나 앤디와 웃고 난 뒤에는 곧 다른 사람들에게 오해를 사서 해코지를 당하고, 엄마에게는 무례하다는 이유로 거부를 당한 다음 대신 카메라를 받게 된다. 마틴은 여전히 손을 떨며 프레임 바깥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는 떨리는 손을 다독이며 자꾸만 카메라를 다잡는다.

단단할수록 쉽게 부러지는 것처럼, 완벽하게 와인을 따르고 음식을 먹고 산책을 하는 마틴은 언젠가는 흔들리고 깨어질 것처럼 약하게 보인다. 셀리나를 거부하고 뛰쳐나와서도 셀리나의 차를 타고 집에 갈 수밖에 없는 그가 길 위에서 망연히 서 있는 것 말고 또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카메라를 쥐지 않는 곳에서 일그러지는 시공간 앞에 그는 속수무책이다. 나는 그게 제일 가슴 아프다. 끊임없이 셔터를 눌러대는 그가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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