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말많은마리 070808
viewpoint 에 해당하는 글 : 3 개
2006/12/15 :: 문답놀이 (20)
2006/11/30 :: 제대로 묻기 (20)
2006/11/06 :: 나비의 혀 명장면 (18)
12월 14일 저녁, 카페 트와자미 Trois Amis

마리: 나 궁금한 거 있어. 모두 대답해봐. 앎이란 뭐야? 안다는 게 뭐지?

그랬더니 봐봐, 다들 자신의 캐릭터에 딱 맞는 대답을 딱 맞는 어투와 표정으로 뱉는 것 있지!

해멍: 가장 원론적인 대답일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해서 아는 거 아닐까?(안경 너머로 눈짓을!)
팔콘: 난, 내가 보기에는 말이지, 아는 것은 실천이랑 관계 돼 있거든, (손으로 입을 쓸면서 심각한 표정으로) 아무리 많이 알아도 실천이 없으면 그게 소용이 없어.
위드: 음 ... (고개를 숙이고 턱을 괴며 고민하는 표정) 앎이란 말이지 ... 음... 자신의 사고를 구축하는 것?
반야: (단박에) 모른다의 반대 -_-
마리: 오픈마인드. 자신이 알고 있다고 그것을 다 말하려는 건 현명한 게 아니지. 남들에게 말할 여지를 주면서 타인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사람이 조직 내에서 정말 현명한 사람.

물론 나의 대답은 이 장소, 이 사람들과 있을 때에 나온 것.
다른 곳에서 물어보면 또 바뀔지도 몰라.
그렇지만 적어도 다들 자신이 찾아낸 대답에 대해서는 충실하려고 노력하면 좋겠어.

패널티 출산 장려 관련 JSC발제 이후.

우선 28일 JSC발제(자세한 사항은 정리해서 다시 포스팅)를 통해 이것저것 생각할 거리가 넘쳐나서 즐거웠다. 주제는 '패널티 정책을 통한 출산 장려 ...'였는데, 일단 '패널티'라는 용어에 다들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못하여 처음에 논의의 진전이 더뎠고, 의도적이었는지 모르겠으나 용어 선택이 센스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패널티'라는 단어에 생각이 메여서 토론 내내 감정적인 자세로 일관하여 내용을 듣지 않는 자세는 더 센스가 없다고 생각한다.

인센티브 연구도 제대로 되지 않는 시점에서 패널티? 게다가 패널티의 정의도 인센티브를 적용하지 않는 것 자체도 사람들이 인지하기에 따라서는 패널티로 분류될 수 있다, 라는 입장이어서 더욱 애매해져버렸다.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언어를 사용할 때 고려되어야 하는 섬세한 부분들은 때로는 위험할 정도로 날카롭고, 다수가 그에 대해 갖고 있는 감정에 따라 side effect 역시 엄청난데 말이다. 실질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이는 논문이지만, 일단 그런 제목을 단 논문이 나왔을 때 피상적 수준에서 논문을 이해하고 '패널티, 패널티, 아이 낳는 것은 사회적 의무다! 국민연금이 휘청이고 있다!'는 식으로 두려움을 조성하는 꼴통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걱정인 것이다.

JSC의 성실한 토론 자세를 보면 ‘저런 우익이면 공존이 가능하겠군.’이라는 생각과 (마치 나는 좌파라는 듯이!) 오히려 ‘female macho’랑은 도저히 공존할 수 없다는 생각. 논점을 흐리고 시각이 한 곳으로 매몰되어 마치 그것이 세상의 전부인 양 말이다. 더군다나 feminism 자체가 여자와 남자를 대립구도로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늑대를 쫓는 사람은 늑대의 얼굴을 닮아간다고,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마치 노무현이 좌파인 척 우파짓을 해서 애꿎은 좌파만 욕먹듯이 female macho 때문에 feminist들이 욕을 먹는다. female macho가 꿈꾸는 세상은 단순한 권력 교체, 그 이상 무엇도 아니다. 어쩔 때 보면 정말 권력의 전복을 꿈꾸는 투사처럼 말한다. female macho는 '여자도 군대 가라!'는 male macho와 닮은 얼굴을 하고 있다.

토론 끝에 역시 귀결점은 신자유주의였는데, 논문이라는 것 자체가 누구의 시각에 의해 쓰여지고 비록 그 논문이 거친 형태일지라도 어떤 부분에 대해서 거친 입장을 취하고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내 말은, 삽질은 가상하였으나 기본 전제가 틀렸다는 말이다. 인식론적, 철학적인 물음이 부재하고 용어에 대한 고민 없이 바로 모델을 세우고 그것을 검증하였으니, 행정 공무원들이 일하는 것이 저렇기 때문에 가끔 생뚱맞은 정책들이 나오는 것이군, 이라는 생각.

노인은 부양받아야 하는 존재, 아이들은 부양해야 하는 존재로 설정해 놓고 연구를 진행하니 현실과 유리되는 것은 당연하다. 니트족이나 히키코모리와 같은 젊은이들을 부양자로 볼 수 있을까? 해멍 말로 '할아버지가 번 돈을 내가 쓰는' 일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역시 관건은 일자리 창출이고, 자본이 자국 내에서 돌면서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역량을 키우는 것이 우선인데. 생각해보면 우에노 치즈코 교수의 생각처럼 지금 필요한 것은 출산 정책이 아니다.

어쨌든 정말 오랜만에 머리가 말랑말랑해지는 좋은 토론이었다. 좀더 정리된 글로 쓰고 싶었으나, 일단 스치는 생각들 옮김.

본 지는 꽤 되었는데 번뜩 스치는 장면 하나. 우리나라에는 <나비의 혀>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La Lengua de Mariposas>라는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1936년 전운으로 긴장된 스페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시 스페인에서는 공화주의를 지지하는 좌파 공화당과 군부, 가톨릭 세력을 등에 업은 우파 국민당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영화에서는 소년을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희뿌연 세상에 대해 그린다.몬초의 어머니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고 양복집을 하는 아버지는 공화주의자이다. 가족 구성부터가 심상치 않다. 개중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몬초와 돈 그레고리오 선생님이 주고 받는 대화에서 영화의 전 내용이 날카롭게 수렴하고 있다. 감탄.

몬초: 선생님, 지옥은 어디 있어요?

그레고리오: 부모님께서는 뭐라고 하시니?

몬초: 엄마는 나쁜 짓을 하면 최후의 심판이 올 때 죽어서 지옥에 간대요. 그러면 아빠는 최후의 심판날이 되면 돈 많은 사람들은 뇌물을 써서 지옥에 가지 않을 거라고 했어요.

그레고리오: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몬초: 저는 ... 그냥 무서워요. 죽는 게 무서워요.

그레고리오: 그래, 죽는 것은 무섭지. 몬초, 비밀을 하나 알려줄까? 이리 가까이 와보렴. 이건 꼭 너만 알고 있어야 한다. 사실 지옥은 하늘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 속에 있단다. 우리 모두가 마음 속에 지옥을 품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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